[뜨인돌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지금 당장 좀 움직여 볼까? 하는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흔히 말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자기 계발서 속 사람들의 삶은 그냥 뭔가 나랑 다른 삶처럼 느껴지고, 굳이 그걸 읽어서 마음 상하고 싶지 않으니 자기 계발서 자체를 좀 멀리하게 된다. 나에게는 뭔가 좀 더 친근한 사람들의 친근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이 책을 만났다.
박현희 작가님의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님께서 책에 경험을 담뿍 담이 쓰신 '노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상하게 고작 30대의 나에게 너무나도 와닿았다. 20대 중반 일생일대의 가장 완벽했지만 '무리한'다이어트의 결과로 무릎의 관절연골이 닳아서 염증이 생겼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면 관절염... 그리고 그 뒤로 어떤 운동을 시도하려고 해도 무릎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하지 말라고 해서 모든 운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살이 찌고 찌고 또 찌다 보니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매일 새롭게 갱신하고, 결국 이번에는 허리에'도' 무리가 왔다.
큰 맘을 먹고, 큰돈을 들여서 PT를 했는데, 고작 열몇번을 가지고 망가진 몸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그 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약속된 시간이 아니면 집에서는 운동을 절대 하지 않는 나 자신에 신물이 났다. 그리고 자주 밤을 새우고, 또 잠을 자기 시작하면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계속 자고 졸고 자고 졸다가 또 밤을 새우고, 심지어 아침을 먹고 잠이 드는 경우도 있으니,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전혀 돌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가님의 '발톱'에서 시작하는 노화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노화만큼 강력한 불치병이 어디에 있을까? 이건 노화이기 때문에 고칠 수 없다 라는 의사의 말이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모든 사람에게 오지만 절대로 고치지 못하는 병 그리고 그 끝은 죽음인 무서운 병 인간의 유한한 수명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가, 그게 '불치병'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요즘 거기에 조금 가까운 것 같다는 소름 돋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는 30대가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30대가 되자 40대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뜨면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세월은 이렇게 상대적인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인데, 나는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1화만 읽었는데......
그렇게 다급한 마음으로 쭉쭉 읽어나간 심지어 밤까지 새워가며 읽어나간 이 에세이에는 그래서 그렇게 오는 노화를 막을 엄청난 비결!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런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에세이'니까, 그리고 프롤로그 때부터 딱! 못 박아 둔 작가님 덕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성공해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이다. 매일 몸을 쓰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돌보는 도중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이야기할 뿐이니까.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 박현희 (p20)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 책을 정말로 '에세이'로 남겨야 할지, 아니면 자기 계발 서중 한 가지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일단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꾸준히'를 작가님은 하셨으니까, 그리고 그 종목은 세상에서 가장 '꾸준히'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인 달리기와 글쓰기였다.
다만,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게 이 책은 '고군분투기'였다. 작가님께서 얼마나 많이 달리기를 시도했고 또 좌절하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달리기를 계속해서 도전하셨으며, 어쩌다 그렇게 '꾸준히'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그러니까 책의 시작 지점에서 노화로 발톱이 퍼석거리고 두꺼워졌던 것이 꾸준한 운동(특히 필라테스인 것 같다!!)으로 원상복귀가 된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은 분명 엄청난 결과다!)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말 개미의 눈물만큼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렇게 꾸준히 달리고, 또 꾸준히 글을 쓰셨다는 것은 굉장히 위대한 일이지만, 그런 나조차도 작가님의 100일 프로젝트에는 솔깃해서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던 목록을 머릿속에 하나 둘 꼽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은 분명 자기 계발서 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설득력은 작가님께서 책 중간중간 '뭐 그렇게 완벽하게 할 필요 없다. 나도 그리 완벽하지 않아'라고 하시는 부분이 위로가 되기 때문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 이런 책이 무슨 일을 하기에 동기부여를 하기 좋은 것 같다. 이미 너무나도 위대해서 멀어진 누군가가 쓴 자서전 같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일으킨 어떤 책, 정말로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를 배우거나 어떤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상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는 위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영화 속 히어로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도 히어로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달리기를 비롯한 각종 운동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유혹했다. 나는 계속 읽었고, 매혹되었고, 좌절했다.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 박현희 (p16)
이 책은 가히 그런 고군분투 에세이(?)의 대표 격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작가님의 '생활 러너'가 되기 위한 꿀팁이라던가, 함께 글쓰기를 했던 동료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아, 나도 진짜 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걷기 에세이를 보면서 걷고 싶고, 영어공부 에세이를 보면서 영어공부가 하고 싶은 사람이긴 하지만
다만, 이 책을 읽고 '달리기'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은 그렇게 크게 들지 않았다. 그건 작가님께서 설득하시기에 내가 너무나도 게으른 사람이어서 일뿐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고, 또 어떤 힘든 부분이 있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는 지를 읽다 보면 아마 지금 당장 달리기가 하고 싶어질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게 내가 아니라 안타까울 뿐...)
우리는 이미 다른 부분에서 훌륭하게 살고 있으니 달리기에서 마저 훌륭해지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 박현희(p.196)
이 책을 읽으면 '늦은 나이는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 내가 무엇을 도전하고 싶은데, 너무 늦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 더뎌도 괜찮고, 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부터 시작해봐! 조금이라도 꾸준히!!라고 동기부여도 좀 하면서...
그래, 아직 늦지 않았을 거다. 나도 이제 나를 돌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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