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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키미앤일이

by 89K Elisha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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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북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소고기가 먹고 싶어서 퇴근하는 남편에게 '자기! 소고기가 먹고 싶어'라고 했다. 남편은 소고기와 함께 양념된 두루치기를 사 왔고, 나는 계란 장조림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밥버거를 만들어 먹을 때 사용했던 참치마요네즈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

 

 그러니까 육(소고기, 돼지고기), 해(참치 통조림), 공(계란)이 모두 깔린 식탁에서 고기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하는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 저녁을 먹고 불과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비건과 관련된 책을 서평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가 저녁식사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제 열심히 쓰던 내용을 다 날려 먹어서인데, 뭐 어떠랴. 요즘 '삐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니들 북에서 이번에는 '나의 밥'을 주제로 비건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했다. 지난번 삐시리즈 중 최정아 작가님의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서 이번에도 신청을 했다. 그야말로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비건'에세이.

 

 키미앤일이 작가님의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키미앤일이

 

 고기가 없는 삶에 깜짝 놀라며 기함을 하는 것은 비단 나쁜 은 아니리라. 사실 나도 비건에 완전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하또를 키우면서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물들의 끔찍한 삶을 보면, 죄책감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계속해서 눈을 감아 버리는 것으로는 이 불편하고 아픈 마음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이런 류의 그러니까 비건을 주장하는 책들을 애써 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을 굳이 선택한 것은 지난 책을 통해서 '삐시리즈'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에세이 일 뿐 나에게 강하게 이렇게 해야 해!! 하고 주장을 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나타낸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비건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긴 한데, 부담스러웠던 내게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도의 난이도랄까?

 

 그리고 내 선택은 탁월했다. (서평단이 신청을 통해서 선정된 것인데, 기꺼이 신청을 했었다.) 책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님의 본인의 삶에 대한 에세이였다. 왜 비건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비건을 하니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담담하게 써나간 책. 무조건 비건을 해야 한다! 비건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하는 책은 적어도 아니었다.

 

 뭐 조금 흥분을 한 것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이거 진짜 생각보다 좋은데, 괜찮은데... 하는 느낌이어서 그냥 웃었다. 이미 처음에도 이 '좋은 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면 안티를 긁어모으는 거다 라며, 비건이 논 비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종교와 비교해서 경계를 해 놓으셨기 때문에, 독자인 나로서는 마음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는 일단 원래부터 비건은 아니셨다. 그저 건강에 대한 염려가 발단이 되어서 비건 지향을 시작하셨고, 그렇게 밀당을 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진짜 비건이 되셨다. 그러니까 작가님의 '비건'의 시작은 그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지 어떤 특별한 신념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못해 이지경인 내가 어찌 건강하고 온전한 사랑을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돌보는 것임을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 깨달았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키미앤일이 (p.80)

 

 

 그러나 이런 자신의 대한 사랑은 점점 밖으로 나아가게 된다. 매일 보던 티브이 속 올려진 새빨간 고깃덩어리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들고, 마트의 고기 전단이 불편해 졌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에 대한 아무도 생각지 못하는 '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님이 하신 말씀 중에 와닿았던 게, 어떤 이유에서든 '비건'이 되기는 쉽다. 그러나 유지하기는 동물권을 비롯한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

 

건강을 위해서만 하는 채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나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지속시켜 주는 건 결국 동물권에 대한 도덕성이라 생각한다. 그것으 인간이 가지고 있는 품격이며, 사랑이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 키미앤일이 (p. 110)

 

 

 그러니까 결국은 '사랑'이다.

 

 작가님은 채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최대한 비건의 라이프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신다. 물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담배를 끊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쓰셨다. 그냥 한 끼라도 오늘은 채식 위주의 반찬을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성공했다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아마 성공하신 것 같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 마음속에 작게나마 아주 작게나마 그래 언젠가는 채식 생활을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으니까.

 

 쉽게 되는 것은 없다. 주위에 비건이 있다면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들거나 (요즘도 심지어 이런 사람이 있다)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말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자.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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