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52. 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by 89K Elisha 2021. 7. 12.
728x90
반응형

[몽상가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이우 작가님의 [자기만의 모험]이라는 에세이가 너무 좋았어서 이번에는 이우 작가님의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시대도 배경도 다른 8개의 이야기는 마치 작가님이 머릿속에 그리는 세상을 엿보듯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사회 반영이 진하게 묻어나는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그동안 책을 읽어온 내공도 좀 있고, 무엇보다 작가님의 책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기대가 각각의 단편을 읽는 내내 있었다. 때로는 기대를 하면서 때로는 마음을 졸이면서 책을 읽다 보면 마음 깊숙 한 곳에서 뭔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과 사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어떤 생각과 의문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다양한 시대 그리고 다양한 배경 속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허덕이는 여덟 명의 주인공들.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그리고 꿈속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꿈에 먹혀 버리면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워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았고, 이 사회를 생각했고, 또 역시나 시대 배경 때문이었을까 역사를 생각했다.

이우 작가님의 [페르소나를 위하여]


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우리는 흔히 미래에 바라는 어떤 것에 대해 말할 때 '꿈을 꾼다'라고 한다. 이것은 심지어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틴 루터 킹이 자신이 바라는 세상에 대해 말하면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듯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어떤 세계를 뜻한다. 그러니까 그 꿈이 정말로 이루어졌을 때, 그것이 온전히 내가 원한 모습으로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소설은 전쟁 중에 어느 마을로 흘러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둘이서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전쟁 때문에 혼인을 하자마자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야 했던 한 여인의 품에서 자라게 된다. 아이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고, 여인은 아이를 돌보고,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서방님이 얼른 돌아오시기를 꿈꿨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여인의 남편이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앞으로 우리가 이 단편집을 통해서 무엇을 앞으로 보게 될지 알게 된다.

 

두 번째 소설은 이 소설의 제목이 된 이야기이다. [페르소나를 위하여] SNS 인플루언서가 된 한 여인의 삶을 그린 소설이었다. 제목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고, 그리고 이 소설을 다 읽어도,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을 굉장히 잘 반영한 SNS에 중독된 인플루언서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냥 SNS에 중독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독이라고 함부로 말하기에, SNS는 그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가 보여주는 모든 모습은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뿐. 그러나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그녀에게 사람들은 아니, 나를 포함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등을 돌렸다.

나 역시 그렇게 쉽게 등을 돌리는 사람 중에 한 명이어서 조금 충격적으로 이야기가 다가왔다. 나 역시 공인에 대한 기준이 높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예전에 '연예인'은 마치 올림포스의 신과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우리와는 뭔가 다른? 그러나, 이제 SNS시대에서 우리 모두가 그런 공인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신들이 인간계로 내려왔거나, 누구나 신이 될

 

세 번째 소설은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 날 갑자기 야만인들의 세상에 떨어진 주인공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삶은 야만스러웠고 무엇보다 그 '성인식'이 정말 끔찍했지만 그는 그 세상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서 그런 끔찍한 일까지 감내하고자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이 말해주는 비유는 굉장히 많이 다가왔다. 어디서든지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는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냥 휩쓸려 가고, 그게 그저 '멋있다'라고 느끼고, 어느새 그 들 중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 SNS는 '유행'이라는 것을 쉽게 전파하고, 또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곤 하는데, 나는 이 소설이 두 번째 소설보다 더욱 SNS의 끔찍함과 유행이라고 하면 물불 가리지 않는 '생각 없는'대중문화에 대해 더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생각했다.

 

네 번째 소설은 두 번째 소설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과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추구(?)하는 한 학생이 나온다. 누구나가 다 겪을 사춘기의 고민, 그리고 갑자기 압박에서 벗어난 우리네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굉장히 짧은 소설 안에 잘 담아낸 것 같다. 뿐 아니라 우리 안에 담겨 있는 어떤 비밀을 끄집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쾌락이 주는 유혹에 못 이기는 한 편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꾸만 죄의식과 실망이 드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마주할만한 일이기에, 그것이 소설 속에서는 야동을 보고, 자위를 하고 끝내는 돈을 주고 누군가의 성을 사는 일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얻은 것은 죄의식만 크게 만들었을 뿐,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다섯 번째 소설은 어쩌면 내가 가장 공감을 많이 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 역시 오랫동안 공부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하필이면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는 중인 갑오년, 무려 10년을 넘게 39살이 될 때까지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작 1~2년이라도 공부만 하다 보면 세상의 변화가 낯설게만 되는데, 무려 10년을 그것도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 밀려오고 조선이 점점 변화하는 시기인 근대 갑오년에… 그리고 우리 모두가 역사시간에 알았듯이 갑오개혁을 통해 과거제가 폐지가 된다. 단 한 번도 그 시절 과거를 준비하던 유생들의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몇 번이고 근대사를 배웠지만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가 눈을 타고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어찌 보면 처절한 삶들은, 고작 “갑오개혁 - 과거 폐지”라는 몇 글자 안에 묻히고 말았다. 사람들의 삶은 이처럼 한 순간에 뒤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소설은 굉장히 분노했다. 하지만 이 서설 역시 두 번째 소설처럼 불편하지만 주변에 흔히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외모 주상 주의. 사실, 일반인들이 인플루언서기 되면서 나는 이 외모지상주의가 더욱 강해졌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니 쉽게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시대. 그리고 마지막에 남자 친구의 카톡의 내용 역시도 각종 매체에서 흔히 다루는 만큼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얼마 전 몰카를 당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예 대놓고 찍고 있었다고… 그러나 사회의 관심 정도는 사실 그저 ‘어우! 뭐야아!’하고 분노하는 정도… 사회는 바뀌지 않고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소설과 같은 매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추천 사처럼 중요한 물음일수록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던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불편을 많이 느끼지 않으면서 각각의 단편을 읽었고, 또 계속해서 생각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화자가 ‘나’였다 그리고 군함도 이야기였다. 역사 속 한 사람의 주인공이 되어 느끼는 그 순간의 삶을 읽는 것은 앞서 다섯 번째 소설의 갑오년의 유생에 대해 읽는 것 보가 훨씬 마음이 찌릿찌릿했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설 역시 화자가 ‘나’인데, 처음과 마지막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역시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단편집임에도 마음에 여운이 오래 남았으니까… 언젠가 작가님께서 군함도에 다녀오셨다는 인스타 피드를 읽은 것 같아 처음에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인걸 보고는 오! 하면서 반가웠다. 그러나 내용을 읽을수록 마음이 계속해서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어떤 부분이 강하게 다가왔는데, 군함도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그 끔찍한 삶 그 자체보다, 일본인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볼 때 느끼는 그 박탈감에 더욱 힘들었다는 부분. 이 부분은 책을 덮는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특히 이 소설의 내용이 그냥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 모두가 느끼는 이야기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해지는 지금도 군함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는 않는가. 나는 철이 없이 그 앞에서 깔깔 웃으며 지나가는 한 사람이 아닐까. 마음이 찌릿찌릿했다.

작가님은 이렇게 여덟 가지의 이야기로 나를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에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글을 정말 잘 쓰시는 분이고, 소설의 내용도 정말 너무나도 좋아서 깜짝 놀랐다. 특히 단편이지만 심지어 시대도 배경도 주인공도 전부 다른 단편 8개를 모아놓은 책임에도 관통하고 있는 어떤 메시지가 통일되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음엔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었다.

오디오 클립에서 이 책을 작가님께서 직접 읽어 주신다고 하니 한번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페르소나를 위하여 (이우)

「페르소나를 위하여」는 2020년 주간 단편소설지 『위클리우』에 발표된 이우의 단편소설로, SNS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아 분열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스타그램 속

audioclip.naver.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