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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함수의 값 : 잎이와 EP사이 - 백승연

by 89K Elisha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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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하늬바람 2기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바람의 아이들 서포터즈가 없으면 블로그가 죽어버릴 것 같다. 하는 일이 늘어가기만 하고 줄어들지는 않아서 이상하게 책 관련 일들을 하고 있는데 진득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속상하다. 그러던 중 서포터즈로 받은 책 덕분에 종이책을 진득하게 책상에 앉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수학을 한번도 손에서 놓은 적은 없다. 문과였지만 문제집을 몇 권을 풀었지만 수학은 정말 커다란 벽이었다. 내 성적에서 항상 바닥을 치는 건 수학과 영어였는데, 나중에는 너무 답답해서 [수학귀신]이라는 책을 다시 읽으면서 공부했다. 그런 괴로운 기억은 나로 하여금 수학과 멀어지게 만들었는데, 심지어 대학 때도 계산기를 옆에 두고 하는 시험에서 +1을 -1로 잘못 계산해서 식은 맞는데 답이 틀려서 교수님이 어이없어하신 적도 있다.
수학을 싫어하지 않지만, 뭔가 멈칫 하게 되는? 이건 나의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웬걸? 이 책은 제목부터가 '함수' 인 데다가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첫 대사가 함수 f(x)=y라니,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책을 덮어버릴 뻔했다.

백승연 작가님의 [함수의 값 : 잎이와 EP사이]


사실 사람들은 이 책이 '희곡'이라는 데에 더 당황할지도 모른다. 먼저 희곡이란 무대에서 연극을 할 목적으로 써지는 책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도 희곡이다. 희곡을 평상시 독서를 하면서 접하기에는 조금 어려운데 그래서 솔직히 나는 책을 받기 전부터 걱정을 했다. 그러나 역시 문체가 좋으면 장르는 별로 상관이 없나 보다 오히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확실히 알아서 술술 읽혔다. "~가 말했다"와 같은 설명이 없으니, 더 담백한 느낌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담백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았다. 아마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특목고'에 속하는 곳일 것이다. 지금도 '특목고'라고 하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무튼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특별히 뽑아서 더 큰(?) 인재를 배출한다는 곳이겠지.

1막에서 이수는 우리가 '더 중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수학 선생님께 당당하게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 마저도 이수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 혼자 잘난 척한다. 그런 건 대학가서도 할 수 있는데 시간 아깝다는 이야기로 그녀를 기피한다. 다행히 이수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숙사 룸메이트 '서인'이는 학교에서 이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잎이' 이수는 그녀의 존재를 느끼지만 그래서 계속 증명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소위 말하는 '자사고' 어쩌면, 우리 청소년, 학생들이 처한 문제를 보여주면서 1막은 흘러간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숨긴 채 겉으로는 평온하게

그런데 2막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변한다. '사건발생'이라는 타이틀은 숨어있던 긴장감을 겉으로 드러나게 했다. 그러나 과정보다는 결과를 결과라기엔 미친 영향을 먼저 보여주어 뭐야? 무슨 일이야? 하는 호기심을 가짐과 동시에 더욱 불안해져 버린다.

계속해서 칠판과 잎이와 싸우는 이수, 서인의 '사고'를 언급하는 다른 학생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건의 진상은 뒤에 가서야 밝혀지지만 결말이 났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예전에 [아홉 살 인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마무리가 '나는 열 살이 되었다' 였던 것을 읽은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고 계속해서 곱씹게 만드는 책이다.

글쎄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할까? 책에도 나오지만 중학생 때는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시간이 없이 몸만 자라온 아이들이 '어른'인 세상은 글쎄, 나는 그리 좋은 세상이 되어 있을 것 같지 않다.

어쩌면 그 결과가 이수일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이러한 현실을 확실히 보여주었었다. 물론 마지막은 조금 물음표가 가득한 결론이었지만,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나는 이 정도 결말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실히 보아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울'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직 태어나기 전의 아이들이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지 대략적인 관심사를 체험도 해보고 멘토들에게 상담도 받으면서 정하고 지구를 향하는 것이 커다란 세계관이었는데, 정말 진지하고 어렵게 고민을 했다. (특히 주인공은 더욱) 뭔가 운명론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을 해서 결정한 자신의 특성(?)을 가지고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일찌감치 재능을 찾아내어서 승승장구하는 아이들이 있을 테고 오히려 그 재능 때문에 괴로워진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다수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조차 하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공부'의 틈바구니에서 버둥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학의 세계에 갇혀, 자신이 만든 '완전'하고 '온전'한 보호의 틀 안에서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한 채 살아가는 이수, 그런 이수를 깔보며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는 것만을 목표로 하며 '현실'을 이야기 하는 다른 학생들 그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안타깝고 슬픈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잘 보여준 희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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