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하늬바람 2기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이런저런 활동으로 블로그 일이 조금 뜸한데, 다행히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시 열심히 읽고 쓰고 하는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요즘 가장 바쁜 일은 한국 북큐레이터 협회에서 주관하는 북큐레이터 2급 교육을 받은 일과, 그림책 큐레이터 2급 교육을 받고 있는 일이다. 다행히 북큐레이터 2급은 무사히 자격증까지 받아서, 인스타에는 '북큐레이터 2급'의 타이틀을 걸어놓고 큐레이팅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고, 앞으로 이 일을 꾸준히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정말로 재미있는 일은 '그림책 큐레이터'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인 것 같다.
나는 아이를 키우지도 않고 그림책과는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폴란드에서 독서모임을 하면서 아주 조금 친해져 한국에 와서 이런저런 그림책을 사서 읽기도 했고, 그림책 독서모임을 통해 그림책을 얼마나 깊게 읽을 수 있는지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작하게 된 바람의 아이들 서포터즈 하늬바람 2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그림책과 어린이, 청소년 도서의 세계를 경험해 나갈 수 있었다. 그 힘을 입어 그림책 큐레이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림책을 어떻게 읽고 또 선별해야 하는 지를 배우고 또 스스로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림책과 어린이를 위한 책만 공부를 해도 평생을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무엇보다 이런 공부라면 계속 평생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는 이때에 만나게 된 최윤정 작가님의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는 다시 한번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것 같다.
어린이 책은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서 만든 책이다. 작가도, 편집자도, 그리고 아이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는 사람도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는 책이지만, 그 속에는 어른의 마음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무엇을 읽게 하고, 무엇을 느끼게 하고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어른이라는 말이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빨아들이고, 또 내뿝는다. 그래서 어린이 책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읽게 할 일에 대해서는 굉장한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 읽은 이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는 그 모든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의 두께와 글씨의 크기에서 알 수 있듯 굉장히 세심하고 진중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깊이 있게 이를 다루고 있다. 현재 어린이 문학의 실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과정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작가가 의견을 피력한다. 그리고 나는 많은 부분에서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미술에 대해 다룬 책을 번역했을 때 교정자가 자신의 생각만으로 자꾸만 원문 또는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책을 교정했던 일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어떤 어른의 '고집'으로 만들어진 책이 또 얼마나 많을까? 그 바로 뒤에서 작가가 말하듯 어린이 책에는 많은 '잔소리'가 필요하다.
번역가는 피카소에 대해 쓴 책을 번역하면서 '아흔 살도 넘어서 죽었거든요'라고 번역을 했다. 그런데, 교정자는 '아흔 살 가까이 살았죠'라고 교정을 해 놓았다고 한다. 이건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조금 그렇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과연 작가는 그리고 번역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까? 특히, 작가는?
얼마 전 그림책 큐레이터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그림책 중에 아동학대를 다룬 그림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책에 대해 들은 엄마들은 이 책을 몇 살 정도의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아무래도 소개해 주신 선생님이 전문 가니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니, 나이에 상관없이 (물론 너무 어린 나이는 안 되겠지만) 툭 던져주듯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피카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어린이 책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아이의 눈과 귀에 도달할 때까지의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사람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진지하게 이 과정에 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책에 대해 배우고 있자니 참으로 훌륭한 그림책이 정말이지 많이도 쏟아지고 있다. 그림책만 전문으로 다루고 그림책만 읽어도 평생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늘 읽은 이 책은 내가 그림책 그리고 아동문학을 다룰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또 어떤 생각으로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사실 '숙제'개념으로 조금 빨리 휘리릭 읽은 데다가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배우고, 그림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생각들은 두루뭉술했다.
그러나 그림책을 공부하고, 다루고, 또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그리고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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