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들 서포터즈 하늬바람 2기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페미니즘 이야기가 아니다. '젠더' 문제도 아니다'라고 이 책을 덮기 전 읽을 수 있는 '옮긴이의 말'에 쓰여있다. 책을 읽으면서는 전혀 이러한 생각을 못했는데, 어쩌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주디스 바니스탐델 작가님의 [페넬로페 : 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
주인공 페넬로페는 인도주의 의료단체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로 특히 전쟁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딸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한 엄마이다. 크게 외상을 당한 환자를 수술했지만, 결국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의 영혼을 간직한 채로 페넬로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딸 그리고 남편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집이지만, 언제 폭발에 휩쓸려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보다 집에 있는 것이 마음이 더 불안하다.
페넬로페의 딸은 그 사이 첫 생리를 했다. 침대와 옷을 흥건하게 적신 피를 보고 놀라서 밤중에 할머니를 불렀다. 그녀 역시 엄마가 집에 없는 삶이 익숙하다. 곧 14살 생일이 되고, 다행히 딸의 14번째 생일에 딸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도 마찬가지...
페넬로페의 엄마, 언니 모두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는 '네가 그곳으로 가면 네가 죽는 악몽을 꾼다'며 여전히 딸을 말리고, 언니는 '너는 키우는 딸이있잖아! 딸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삶이 무슨 가치가 있냐'며 나무란다. 하지만 그녀의 삶의 가치는 '딸이 크는 모습을 보는 것'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딸을 사랑하고, (사람들은 그녀가 자는 딸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딸의 자는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단지 '전쟁터'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또 느끼는 것뿐이다.
어떤 사람은 마치 그녀의 언니처럼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할지도 모른다. 그럴거면 결혼은 왜 했어? 딸은 왜 낳았어?라고 극단적으로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책에 잠시 언급되어 있었는데, 나 역시 페넬로페가 가정은 돌보지 않았으나 전쟁터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그건, 엄마나 아빠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자식)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의 삶에는 정답이 없고, 가족의 모습에도 당연히 정답이 없다. 엄마가 그렇게 전쟁터에서 몇달 또는 몇 년 만에 돌아오기 때문에 아빠랑 살아도 페넬로페의 딸은 여느 아이들처럼 첫 생리를 하고, 학교에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고, 또 외모에 목숨을 거는 사춘기 소녀가 되어있었다. 엄마가 떠나는 것이 불안하고 속상하지만 또 그 빈 공간을 아빠와 함께 채워 나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책을 통해서 보자면 남편은 여전히 페넬로페를 인정하고, 그녀에게 충실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언니의 남편은 '또'바람이 났다. 언니는 바람의 상대인 여성은 망신을 줄 생각을 하지만 남편에게는 '아이 때문에'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 속은 썩어 문 드러 가지만, 페넬로페는 '마리'의 삶을 살지 않는 그녀가 오히려 측은하다.
내 삶이 정답이다 들이밀 수 없다는 말이다. 모든 삶에는 해가 있고 그늘이 있다. 물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어떤 관습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 삶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신이 살아내고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어두운 면들은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 감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활 방식에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페넬로페를 어떤 대단한 사람이라거나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강조해서 그녀에게 어떤 '면죄부'같은 것을 쥐어 준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한 여성으로 페넬로페를 대하면서 그녀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어 준 것이 나는 오히려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세상에 특별한 삶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보면서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삶'을 짊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사실 이 책은 한번 읽고 두번 읽고 몇 번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보이는 것이 다른 책이었다. 나는 그중 한 가지의 내용으로 이 책을 소개했지만, 사실 이 책은 전쟁 후에 겪는 스트레스 라던지, 전쟁을 겪는 나라의 아픔이라던지 정말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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