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곳이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김이나 작가님도 <마녀사냥>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뭐랄까 굉장히 지적이고, 단아하신 분이신 것 같은데, 거침없는 토크를 하셔서 그 때나 지금이나 '유교걸'에 속하는 나에게는 뭔가 파격적인 분이셨다. ㅎ
그리고 지금이야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지만 가인의 '피어나'라는 곡을 작사하신 분이라고 하셔서 (그 당시에는 뭔가 가사가 충격적이었다 하핫..) 뭔가 더욱 '좋아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 대부분이 김이나 작사가님의 곡이었고,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의 내용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책보다는 음악, 노래가 훨씬 더 다가가기 쉬웠기 때문에 점점 김이나 작사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허지웅 작가님과 친해지기가 참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정말 쉬웠던 것 같고, 그 결정적인 계기는 가인님의 노래와 아이유 님의 노래들이었다.
하필이면, 허지웅 작가님의 책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고 난 직후 바로 읽은 책이 바로 김이나 작가님의 [보통의 언어들]이었는데, 그때 허지웅 님의 책을 읽고 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여서 김이나 작가님의 책에 대한 감동을 블로그에 옮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김이나 작가님의 [보통의 언어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양한 '단어'에 대한 김이나 작가님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하나의 단어에 하나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인데, 그렇다고 너무 짧은 글을 모아 둔 것은 아니고,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주제지만 작가님의 삶과 생각 그리고 통찰이 녹아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시각이라 신선했고, 동시에 마음에 와닿았다.
처음 읽었을 때도 다시 읽으면서도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던 단어는 바로 '실망'이었는데, 작가님께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샛별 작가님께 무심결에 했던 말이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실망시키는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라니 지금도 이 말이 마음에 새겨지듯 남는다. 나에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요즘 같은 '인스턴트 관계' 시대에는 어쩌면 정말 힘든 사이이지 않을까... 이 내용을 읽은 이후로 나는 이런 사이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실망하기를 그리고 실망했다는 것을 말하는 데에 거리낌 없는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먹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남편이 있고, 남편에게는 나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아마 작가님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사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던 책이었고, 믿듣 작사가 김이나 작가님의 삶과 그리고 새롭고 좋은 가사가 나오는 머릿속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호흡이 짧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하나씩 읽어나가면 되는 책이었고, 문득 놓았다가 다시 읽기에도 편한 책이었다. 특히 책린이 분들에게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고, K-Pop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소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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