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방송의 기획중에 <책으로 책 읽기>라는 콘텐츠가 있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책과 함께 읽기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콘텐츠인데, '인간관계론'을 시작으로 '타이탄의 도구들' 그리고 '페스트'이렇게 이프랜드에서 방송을 했고, '인간관계론'에 대해서는 유튜브에 올려 놓기도 했다. (유튜브 진출 아자!! ㅋㅋ)
그 중 코로나가 한창 난리가 나고, 또 끝나가는 이 무렵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책 '페스트'를 가지고 방송을 준비 하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알베르 까뮈 작가님의 혜안 이랄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에 혀를 내둘렀다. 이방인을 보면서도 참으로 소름이 돋았는데, 다시 한 번 새삼 반했다.
알베르 까뮈 작가님의 [페스트]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할 무렵 전국 서점의 단연 베스트셀러 1위로 자리잡은 책 [페스트]를 홍보하는 문구는 '코로나 시대의 예언서'였다. 사실 그렇게 뭐랄까 과장광고같은 그 문구가 조금 거슬려서 페스트라는 책에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면서 [이방인]을 먼저 읽었는데, 뭔가 새로운 충격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캐릭터그 자체와 그리고 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건의 전개가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읽을 때는 이게 뭐지? 하면서 읽었었는데, 곱씹고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는 정말 오래오래 생각나는 소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을 준비하면서 읽게 된 [페스트] 와, 역시는 역시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페스트]는 프랑스 한 도시에서 페스트가 유행하게 되고, 유행이 시작할 때 부터 유행이 끝날 때 까지의 사회, 정부, 그리고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역시나 약간은 어긋나 있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사회의 모습을 잘 꼬집어 내었고, 작품에도 굉장히 잘 나타나 있다. 뭔가 사람들의 행동 그리고 사고가 흘러가는 모습이 읽으면서 불편하긴 한데, 도 생각해 보면 결국은 나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느낌이 들고 그런 인간들이 모인 사회에 대해 굉장히 날카로운 시선을 소설에 담았다.
그래서 페스트를 읽어보면 정말로 코로나때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참 씁쓸하게 와 닿았던게, 그러니까 카뮈가 이 페스트를 쓰던 그 때나 지금이나 정부와 사회 그리고 '사람'은 그다지 변한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역사를 기록만 하고 역사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전혀 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도 함께
사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이건 종종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인간은 정말이지 변한게 없구나 라는 생각 한 1년 전 즈음 읽었던 댓글시인 제페토 작가님의 [그 쇳물 쓰지마라]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읽는 내내 그리고 한동안 '10년동안 인간은 변한게 전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하고 괜히 내가 괴로웠었는데, [페스트]를 읽어보니 인간은 몇백, 몇십년동안 변하지를 않는다. 과학기술과 정치기술만 변해왔지 그러니까 이 [페스트]라는 책은 예언서 따위가 아니다. 그냥 작가인 까뮈가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어떤 철학책과도 같은 소설인거다.
[페스트]는 사람의 마음을 쿡쿡 찌르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하나의 도시에서 페스트 같은 병이 퍼지면 covid19가 그랬듯 그 공포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또 자신의 일상이 방해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페스트]에도 그 부분이 잘 그려져 있고, 읽으면서 나 역시 지금의 코로나 시대의 사람들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소설의 구상이 정말 잘 짜여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던 것이 페스트가 아닌 병으로도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을 때에도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역시 소설은 소설이구나 했던 것은 나쁜 사람들의 끝이 좋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종교에 갇힌 사람의 고뇌 같은 것을 보았을 때 였다. 어쨌든 뭔가 '소설'이니까 현실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원하고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끝이 나는 거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나의 취향이었다. 소설이니까 현실보다 이상이 가까이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읽다가 조금 소름 끼쳤던 것이, 페스트 지역인 '오링'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었는데, 도시가 폐쇠되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본인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아등바등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인데, 얼마 전 상하이가 폐쇠되었을 때 한 외국인이 몰래 빠져 나가려다 잡히자 '차라리 죽여달라' 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뉴스를 보는데, [페스트]의 이 사람이 생각이 났었다.
아마 또 다시 50년이 지나서 비슷한 상황이 되더라도 사람들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예언서'라기 보다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양상과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어쩌면 매우 철학적인 책인 것이다.
사실 읽으면서 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문체 라던가 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 [페스트]라는 소설이 굉장히 디테일 하게 쓰인 소설인데, 자잘자잘 한 모든 것이 적혀져 있는 것 같아서 전체적인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느낌? 그러니까 뭔가 사건이 생기고 그걸 해결해 나가고 그런 과정을 보여주는 이런 느낌이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더 들었다. 물론, 페스트가 발생하고, 완전한 팬더믹 상태에 놓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전체적인 흐름이 있지만, 물 바깥에서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 속 깊숙히 빠진 상태에서 나도 같이 흘러가는 느낌이다. 그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어쩌면 좀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등장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 더 집중 할 수 있고, 그 것을 곱씹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에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하면서 보는 소설은 아니지만, 변하지 않는 인간들의 양상에 소름이 돋으면서 지금의 상황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확 되었던 소설이었다.
솔직히 이런 펜더믹을 겪지 않았다면 이렇게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 하기도 했지만, 팬데믹으로 무너진 일상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일상을 견디거나 해결하려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최대한 객관성을 가지고 기록하듯 쓰인 소설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었고, 정말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지금 딱! 읽기 정말 좋은 소설이다. 이런 팬데믹 사태를 온 몸으로 겪고 있을 지금 읽으면 정말 잘 읽히는 소설일테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읽게되면, 음 어쩌면 책과 친하지 않거나 고전을 어려워 하는 분들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여러분! 읽으려면 지금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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