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한 거짓된 인생 속 유일한 나의 것 나의 딸-
도둑이 한 여인에게 반하고 말았다. 형제처럼 생각한 그리고 자신을 이 집으로 보낸, 그녀의 약혼자인 귀족청년을 배신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리고 청년에게 돌아가서
그의 인생을 빼앗아 버린다.
하지만, 그의 신분과 그의 약혼녀를 빼앗은 것일 뿐, 그 뒤에 흘러가는 모든 이야기는 과연 귀족 청년의 것이었을까?
어째든 도둑은 끝까지 도둑이었고, 귀족 청년은 결국 귀족이었다.
18세기 유럽을 바탕으로 한 '환상소설'로 구분되는 이 소설은 독일어권 소설가 레오 페루츠의 소설이며, 1936년에 지어진 책이다.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와 비슷한 시기에 집필활동을 했으며, 카프카와 다르게 당대에 큰 인기를 얻었으나, 점점 잊혀졌다.
카프카는 사후에 이름이 알려져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어보고, 적어도 이름을 알지만, 막상 레오 페루츠는 집필 할 때는 큰 인기를 얻었으나, 결국 점점 잊혀져, 20세기 말에나 다시 발굴되고 재평가 되었다.
굉장히 오래된 책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짠 하고 번역이 되어 들어와 여러 SNS플랫폼에서 엄청나게 광고가 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해서 소설 앞 작가에 대해 쓰여 있는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내게는 굉장히 신선한 일이다.)
카프카의 소설은 폴란드에서 독서모임을 가졌을 때, 주제 도서로 선정되어 '변신'과 '심판'을 읽었었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소설이지만, 당연히 느낌은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다.
나는 고전 소설니 사실 조금 어렵다. 시대상을 크게 반영한 소설은 특히... 게다가 이 소설은 18세기 유럽의 시대 상과 함께 기독교적 환상이 자꾸만 얽혀서 읽는 사람을 좀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소설을 읽기 시작한,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 책린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환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묘사와 유럽의 배경에 어느정도 적응하면,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고,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다달아 가는 순간,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고 마무리 되면
귀족과 도둑과 딸과 그리고 처음의 이야기와 중간 중간 무심코 지나쳤지만 끝을 만들어 갔던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나도 모르게 와!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그런 경험을 꼭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이 맛에 소설을 읽는 구나.. 하는 전율을 한번 쯤 느끼며 책과 또 한발짝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광고는 말했다. 도둑이 귀족의 운명을 빼앗았지만, 결국 운명의 절묘한 힘에 끌리게 된다고.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운명의 힘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운명에 이끌린 상황에서 도둑은 도둑의 선택을 했고, 귀족은 귀족의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결국 그들의 결말은 각자의 선택에서 이루어 졌다.
도둑이 귀족다운 선택을 했다면, 그들의 결말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내용 중 가장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도둑과 딸의 관계였다.
도둑은 첫눈에 반한, 그리고 귀족의 운명을 도둑질하게 된 원인이 되는 아내도 물론 변치않고, 사랑했지만, 그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정말로 사랑했다.
생각건데, 사실은 그의 아내까지 모든 것이 원래는 귀족의 것이었다는 생각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것이 그의 딸이지 않았을까? 어째든 그의 피가 이어진 그의 딸이었으니까... 그래서 다른 모든 것보다 심지어 그의 아내보다 더 사랑한 존재였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조금 삐딱한 생각도 한 것이, 과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빚더미에 앉은 약혼녀와 그리고 그녀의 망가진 장원을 도둑이 했던 것 만큼이나 귀족이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까? 그럼 도둑이 이루어낸 모든 것이 정말로 거짓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가진 것이 거짓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는 귀족 청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가 아니었고, 도둑이었으니까.
광고를 너무 자주 봐서 솔직히 긴가민가 하면서 보게 되었지만, 톨스토이의 소설과 어린왕자 등 몇몇 되지않는 마음에 드는 고전소설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소설, 글들이 많이 발굴되어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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