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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책 먹는 법 - 김이경

by 89K Elisha 202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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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 '손해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이루어지는 지금의 세상에서 돈뿐만 아니라 '시간'적 손해도 마치 그것이 매우 치명적인 것인 냥 뼈 아파한다. 물론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래 저래 검색해서 재고 따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예전에 나는 영화가 정말 재미있는지 미리 모든 리뷰를 다 보고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다. 물론 '광고'는 보았지만, 사람들의 평점이 어떤지, 블로거들은? 유투버들은? 어떤 영화인지 조차 보지 않고, 그냥 영화관에 가서 친구들이랑 제일 끌리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출처 : 네이버

 

 

[긴급조치 19호]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 옆 상영관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폰]이라는 공포영화 티켓을 사고 있었다. 친구는 순간 "저거 볼래?" 물었지만, 나는 "공포영화 싫어 무서워" 하면서 [긴급조치 19호]를 고집했고, 영화관에는 5명의 사람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잊힌 B급 코미디 영화이지만. 

 

그러나 요즘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결정을 하면 계속해서 검색하고 또 검색하면서 어떤 영화가 재미있을지 충분히 재미가 있어서 내가 들인 돈과 시간을 보상해 줄지 유튜브부터 블로그 심지어 영화 사이트의 한줄평 등을 보고 보고 또 본다. 그리고 하나라도 별점이 낮으면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한다. 

 

"이 사람은 이거 재미없다는데?"

 

그러다가 정말 안 본 영화도 있고, 나중에 티브이에 방영되거나 우연히 다른 곳에서 보았는데, 재미있으면 이 재미있는걸 그때 못 봤네! 하면서 안타까워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책은 영화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들어서 읽어야 하니까 차마 사지를 않고, 계속해서 리뷰들을 찾아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책은 재미가 없으면 어쩌면 영화보다 더 손해이다. 

 

 

 

아크 앤 북 

 

 

그냥 서점에 가서 무작정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책을 선택해서 읽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요즘은 코로나 시기라서 더더욱 서점에 못 가고 있다. )

 

책 제목만 검색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올린 리뷰들이 쭈르륵 뜬다. 신간이 아닌 이상 그 '리뷰'가 뜨지 않으면 오히려 고민이다. 읽어도 될까? 재미있을까?

 

출판사에 취직해 다양한 책을 만들었으며, 책을 번역하기도 했으며, 20년 넘게 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회의 강사를 맡아 활동하신 김이경 작가님께서는 그녀의 독서법을 다룬 책 [책 먹는 법]에서 '남들이 좋다고 하거나, 유명한 작가의 책을 억지로 읽으려 하지 말고, 연애소설이든 만화든 내 눈을 뜨는 책을 읽어 보라'권하고, '마치 쇼핑을 하든 서점에서 책 쇼핑을 해서 첫인상이 좋은 책을 골라보라'라고 말한다. 

 

나는 독서법 책을 싫어한다. '강요'하는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뀌고. 어쩌고.. 아니,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도저히 읽기가 어려웠다. 

 

네가 지금 읽는 책은 다 가짜야! 너는 책을 제대로 안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더불어 내 인생은 형편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에게 책은 '자유'그 자체인데,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할 뿐인데, 그런데 온갖 '독서법'을 다 지키면서 책을 읽으면 나는 그 '자유'중 하나를 안 그래도 힘든 삶에 숨 쉴 구멍 하나를 버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불편해졌다. 거의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가 그러하듯 괜히 사람 한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몇몇 자개서와 독서법 책만 가지고 판단한 나의 편견이고 아집일 수 있지만...

 

 그런데, 얼마 전 그렇게 싫어하던 독서법 책을 한 권 읽었다. 김이경 작가님의 [책 먹는 법]

 

 

 

출처 [책 먹는 법] 김이경

 

 

 심지어 작가님은 '천천히 읽기'를 강조하신 작가님이셨다. 빠르게 쭉쭉 읽히지 않으면 매우 힘들어하는 내게 상극인 독서법을 가지신 작가님의 책을 굳이 읽은 이유는 작가님이 책을 정말 좋아하신 분이었고,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이 많은 독서회를 20년 이상 강사로 이끌어 오신 분이시기 때문이었다.  

 

 

 

출처 [책 먹는 법] 김이경

 

 

무엇보다 책 읽기를 강요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취미'가 되면 안 된다고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는 데에, 반대하신 분이셨다. 작가님이 말하셨다. 바로 자신이 책을 '취미'로 읽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말에 작가님께서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자신이 이렇게 자신의 독서법을 공개한 이유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이 어렵고 책 앞에서 주눅 드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이기 때문이라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출처 [책 먹는 법] 김이경 (내가 밑줄 그어 놓은 독서노트)

 

 


지금 내가 딱!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나도 언젠가 책을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는 모든 책린이 들을 위해 강요하지 않고, 책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나의 공신력을 만들고, 또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책을 읽고, 이렇게 후기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께서 워낙 읽으신 책이 다양하고 천천히 의미를 새기면서 읽으시는 분이라 책에 대한 깊이가 상당하셔서 조금 기가 죽었었다. 참 편안한 문체였기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으나,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범접할 수 없는 분 같다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언젠가 독서모임을 운영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독서회 운영법대해 배웠고, 책을 대하는 태도, 책을 읽을 때 가져서는 안 되는 생각들 나와 생각이 맞지 않거나 어려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뭔가 특별한 독서법! 이 있는 것이 아니고, 기본적인 독서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를 알려주셔서 정말 끝까지 밑줄에 밑줄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다.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부분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으면 안 된다고 하신 부분은 몇 번을 다시 읽고 몇 번을 생각해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시대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을까? 나는 중학교 때부터 MP3화면에 책을 텍스트 파일로 넣어서 읽었고, 지금도 종이책보다는 이북을 더 많이 소장하고 있다 (종이책을 계속 이사하면서 버리고 또 버리고 정리하고 또 정리했기 때문에 현재 가진 종이책이 별로 없다.)

 

 

출처 [책 먹는 법] 김이경

 

 


그래서 나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람한테 이북을 더욱 권한다.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이북으로 책을 읽으면 듣기 기능을 사용해서 책을 들을 수도 있다. 내가 편한 방법으로 책과 친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별생각 없이 버릇처럼, 심심풀이로 책을 읽으면 안 된다고 하신 부분도 조금 생각을 달리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함이고, 책을 읽고 배우기 위함인데,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된다는 부분.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나는 별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정말 정말 힘들 때 책 속으로 도피하기도 하는데, 사실 책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읽을 수 없는 데다가, 그 자체로 나에게는 쉼이 되고 또 잠시 쉬고 돌아와서 힘을 받아 일을 해 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책이 무조건 그 안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은 작가와 내가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특히 '오독'에 대해서 읽을 때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은 독자의 자유 아니야? 하면서 반항심이 들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정말 최소한의 작가의 의도와, 사회적으로 공인된 해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나는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편지를 받았는데 그것을 색다를 연애편지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출처 [ 책 먹는 법 ] - 김이경

 

이렇게 당연한 것이 실제로는 잘 안된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특히 독후감을 쓸 때에는 '내가 정말 잘 읽은 것이 맞아?'하고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렇듯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님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책을 읽었다.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읽어야겠다. 또는 사피엔스처럼 내가 읽기 거북했던 책들을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인생의 선배가 후배에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짚어 주듯 

 

김이경 작가님의 [책 먹는 법]은 계속해서 독자와 대화를 하는 책이었다. 

 

조금 강하게 말씀하신 부분도 내가 작가님을 만나서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라고 하면, '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씀해 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문체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출처 [ 책 먹는 법 ] - 김이경

 

 

차례를 보면 마치 실용서처럼 '~읽는 법'이라고 나와 있는데,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인생의 태도를 성찰하게 하는 논어나 도덕경처럼 책과 독서에 관한 태도를 짚어 주는 책이었다. 마치 교과서처럼 

 

예를 들어 -문학 읽는 법- 부분을 보면, 책의 등장인물의 관계를 그려 나가라거나 (실제로 어디선가 추천받은 독서법 중 하나이다.), 기, 승, 전, 결을 따져가며 읽어야 한다는 식의 어떤 책을 읽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느리게 읽히는 작품을 골라 천천히 오래 읽기를 권한다거나, 시와 같은 낯선 텍스트는 자주 접해서 그 장르의 형식에 익숙해져야 한다거나, 어쨌든 천천히 마음을 기울여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나는 느리게 읽히는 작품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나는 술술 읽히지 않으면 많이 힘이 들고, 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잘 읽히는 것을 뽑는다. 아직 책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사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까지도 나는 이 책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는 선물하지 않을 거다. 책 읽어라는 강요가 될 수 있으니까 ㅋ 그런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많이 가벼운 책이 선물하기 좋다.) 

 

책린이에게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길이 될 수 있고, 또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분들께는 나의 독서태도를 짚어 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독서회 강사로 20년을 하셨기 때문에, 독서모임을 운영하기 위한 태도와 어떤 책을 추천하셨는지, 왜 그러셨는 지등을 읽을 수 있었고, 어떤 부분을 함께 읽은 사람들에게 짚어 주어야 하는 지도 알려주셔서 앞으로 독서모임 운영을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다. 

 

 

출처 [ 책 먹는 법 ] - 김이경 (+나의 메모)

 

 

그리고 뒤쪽에 광고가 아니라, 작가님이 책을 쓰시면서 인용한 다양한 책들에 대한 작가님의 짧은 소개글이 나와있는데, 다양한 책을 새롭게 알게 되고, 읽어보고 싶은 책도 많았다.

(그 뒤에 역시나 유유 독서목록이 있는데, 이건 광고다) 

 

 

출처 [책 먹는 법] 김이경

 

 










 

+하... 쓰다가 반 정도 실수로 지워서 다시 썼어요 ㅠ 너무 슬프네요. 다시 쓴 내용이 그리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없어서 더 그래요. 앞에 쓴 건 맘에 들었는데... 같은 맥락이고, 같은 머릿속에서 나왔는데 왜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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