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플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아무래도 진로가 아닐까 싶다. 나도 학원 선생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담아 읽었고, 또 요즘 문득 내게 고민상담을 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었다. 그래, 청소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한다.
현직 진로 상담 선생님이신 정동완, 조영민, 조성미, 신종원, 손우주 작가님의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나의 청소년기에 내가 꿈꾸던 모든 일이 이루어 졌을까?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했던 모든 시간이 지금 의미가 있었을까? 반은 의미가 있었고, 또 반은 의미가 없었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그때 치열하게 고민을 했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 '비슷한'일은 하면서 살고 있다.
다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하고 누군가가 물으면 나는 더 많은 '취미'를 가질 것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거라고 답하고 싶다. 무엇보다 시야가 좁았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겁을 먹고 아무것도 못해보고 대학을 갔고, 대학에서도 아무것도 못해보고 졸업을 했다. 성적이 조금 안 나와도, 돈이 좀 들어도 충분히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았더라 겸 좋았을 텐데...
그래서 요즘 진로 수업은 '경험'그리고 '체험'에 맞춰있는 것 같다. 그 현장의 속에서 아이들의 '진로 고민'을 들어주고, 또 때로는 조언을 해 주는 선생님 5명이 이 책을 쓰셨다. 책의 내용은 물론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말들도 있지만, 아주 간헐적으로 정말 아주 간헐적으로 음, 이건 좀?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 선생님과 나의 경험치가 다르거나, 또는 내가 아직 덜 커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전자에 무게를 둔다.)
그런데,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한가지 메시지는 바로 이 책을 읽는 너를 '응원'한다는 것이다.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다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깔려있어서 어떨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어떨 때는 에이 다 아는 이야기 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 짐을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청소년일수록 아이들일수록 '응원'받기가 참 힘들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아마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없기'때문에 이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응원하고 지켜보는 것도 어른들의 일이지 않을까……
내가 청소년 시절에 이 책을 읽었으면, 조금 달라졌을까? 그때도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 무슨 일이든 일단 해봐! 하고 응원해주는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인생 전반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지레 겁을 먹는 학생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고 싶지만, 비용과 거리 때문에 지레 부모님께서 허락 안 해주시겠지? 하고 포기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왜 이야기 하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셨다고 한다. 나는 심지어 그 당시 티켓팅을 어떻게 하는지 얼마가 필요한지 조차 찾아보지 못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허락 안 해주실 거야 라고 포기했었다.
그때 나는 어떤 플랫폼에서 음악을 틀어주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DJ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이크가 필수템이었다. 부모님께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몇만 원 되지 않는 마이크를 하나 사서 몰래 방송을 했다. 음악 재생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신청곡을 틀어주고, 사람들과 채팅으로 대화한 것이 재미있었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끝내 부모님께 말을 못했고, 혼자서만 눈치를 보면서 하려니 제풀에 지쳐서 그냥 그만뒀다. 그런데, 그 일을 꾸준히 했던 어떤 분이 아프리카라는 플랫폼으로 넘어가서 BJ를 하고, 지금도 유투버, 또는 스트리머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괜히 겁을 먹었던 과거의 나를 조금은 원망한다. (지금은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을거라 확신하기도한다. 정말 과거의 나 바보같았다.)
그런데, 그런 내가 지금 책방송을 하고 있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시작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가슴에 묻어도 결국은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오디오 클립을 홍보하자면,
책을 소개하는 (사실은 그냥 내가 읽은 책 후기를 녹음해 놓은...) 클립이다. 블라블라에서 만난 전문가 분이 오디오 편집을 도와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다.
blabla에서 하는 방송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대본을 써도 날아가는게 너무 아까웠는데, 이렇게 녹음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법학과를 가게 되고, 공무원 준비도 오랜 시간 했지만, 결국 학원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 그리고 정말 갑자기 선생님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잘리는 정글 같은 학원에서, 폴란드에 가기 위해 제 발로 나올 때까지 살아남았었다.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이래저래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으로 또 나의 진로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결국 '진로'라는 것은 바뀌기 마련이고, 무슨 일이든 하고싶은 일은 결국 하게 마련이다. 무엇을 경험하고, 또 생각하느냐에 따라 길과 속도가 달라질 뿐. 그리고 그 '경험'은 꼭 직접 경험일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서 몇 번 두드려 봐도 어떤 직업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고, 책도 있으니까.
이 책도 계속해서 그렇게 말한다. '경험'이 중요하고, 일단 좋아하는 일을 하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한다고.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이 없더라도 인생을 헛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일이 없더라도, 특기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너는 너 자신으로 소중하다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책이었다.
지금 너의 고민이 네가 되고, 진로란을 잘 못 적어도 그것이 네가 되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도 그것이 다 너이니, 그냥 너 자신을 사랑하란 말이야.
지근 머의 특기란에 무언가를 써 넣어야 한다면, 특기가 되길 희망하는 것을 넣으면 되잖아? 그리고 진로란에 무엇인가를 넣어야 한다면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상상할 수 있는 너의 미래를 써넣으면 되는 거고.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정동완, 조영민, 조성미, 신종원, 손우주 / 김민경(그림) p.97
계속해서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인식이 '나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일, 그리고 믿어주는 일'이었다. 아직 청소년인 아이들은 부모님과 어른들의 판단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지어는 부모님의 정해주는 진로에 맞추어서 미래를 정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먼저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또 아껴주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무조건 나때는~ 나는! 하면서 너도 여기에 맞춰야 해 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작가 선생님들의 경험이 녹아있었지만, 그건 하나의 예시일 뿐 너도 그렇게 해야 해 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했어, 그래서 이런 걸 느꼈어 정도였고, 나는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거든,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뿐 아니라 나처럼 아직 방황하고 있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 역시 마음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걸로 겨우겨우 인생을 받치고, 또 살아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아직 쌓아놓은 것이 없다. 그걸 쌓아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어른들의 조급함으로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기초공사를 방해한다면 그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위기의 순간에 아이가 제대로 해쳐 나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아이의 실수와 실패를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그럴 때 이런 책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도전을 해야 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그걸 지켜봐야 하는 어른들에게도...
Unlock이라는 책을 보면 우리의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해. 이것을 '신경가소성'이라고 불러. 우리의 뇌를 촬영해 보면, 문제를 잘 풀 때 보다 오히려 잘 되지 않고 어떤 것에 실패했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고 해. 실패를 계속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더욱 불가능한 것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겠지. 열심히 살지 않는 이유가 물론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실 실패할까 봐, 도 그것으로 마음이 다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일 때가 가끔 있어. 그런데 실패할수록 우리는 더 좋아진다니, 참 귀한 발견이다 싶지 않니?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정동완, 조영민, 조성미, 신종원, 손우주 / 김민경(그림) p.114
만약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게 하고 싶은 어른이 있다면, 먼저 본인이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라도 진로가 고민이 되고, 어려워서 일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모든 내용을 꼭 잘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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