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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by 89K Elisha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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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인생 책이 또 하나 나온 기분이다. 작가님의 이전 소설 [오베라는 남자]도 읽으면서 와 정말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이구나 했는데 (심지어, 그냥 블로그에 올리던 처녀작이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님의 [불안한 사람들]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단 한페이지도 그냥 넘기지 못하겠어서 어찌나 많은 곳에 줄을 쳐가며 읽었는지 반도 안 읽었는데, 100장짜리 인덱스 스티커 한통을 다 썼다. (줄 친곳에 인덱스 스티커로 붙인다. 모든 줄은 연필로 긋지만, 줄을 그은 이유(의미)를 인덱스 스티커로 구분한다.)

 

그것도 소설책에 이렇게 만이 밑줄을 그으면서 읽은건 사실상 처음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작가님께서 그만큼 많은 말을 담으셨고, 솔직히 좀 많이 직접적으로 담으셨는데, 그만큼 정신이 없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당연히 짐은 경험이 있는 척하려고 했다. 원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뭘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더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우리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우리를 책임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돌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p.85

 

나는 좋았다. 소설의 내용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책을 다 읽고 곰곰이 곱씹어 보면서 음,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으셨구나, 이렇게 소설 속에 녹여내는 것도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라고 생각했을 뿐, 다만 오! 맞아!! 하면서 줄을 긋느라 책 읽는 시간이 평소의 두배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그리고 그 결말도 어떻게 생각하면 뻔하다. 근데 어떤 '반전'은 솔직히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어서 책의 앞부분을 다시 찾아가 읽기도 했다. 세상에! 편견을 가진 나 자신!! 반성해!!!

 

이 책은 어떤 은행강도의 인질극이 중심인데, 심지어 현금없이 운영이 되는 은행을 털러 갔다가 의도치 않게 옆에 있는 건물에서 인질극을 벌이게 된 은행강도와, 인질들 그리고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 부자의 이야기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작가 개입이 매우 많은 소설인 것도 이 소설을 정신없게 만들지만, 등장인물이 굉장히 많고,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다루어지는 데다가, 동시에 인질극이 진행되는 동안의 경찰 부자의 상황과 그리고 인질극이 벌어진 아파트의 내부의 상황에 더하여 모든 사건이 끝난 후 경찰서에서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심지어 10년 전의 어떤 이야기도 나오니 원 세상에 그렇게 정신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 후기를 쓰려니 정신이 없는데, 읽는 동안에는 그런느낌을 개인적으로는 받지 않았다. 그냥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생각을 해 보면 부동산정책이나 은행 그리고 전체적인 경제 시스템을 좀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인 것 같지만, 그 속을 드려다 보면, 모든 등장인물의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고 마음에 와닿았다. 마음이 아픈 부분이 정말 많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특히 10년 전 경찰관중 아들 쪽인 '야크'가 만난 다리 위에 선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무너졌다. 책을 덮고 나서도 어디선가 벌어지는 일일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사실 작가님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 아니 작가님이 사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아닌척 하는 어른인 척하는 바보들이라고.

 

이건 여러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기는 쉽지만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바보같이 어려운 일인지 잊어버린 사람이 아닌 이상, 남들을 바보로 단정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미리 짚고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불안한 사람들] - 프레드릭 배크만 p.15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아니,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아 이 책은 나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는...

 

사실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건 인질이 된 사람중 사라를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 작가님께서 그녀 캐릭터를 만드는데 굉장히 공을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사실 소설의 사건을 관통하는 줄거리를 생각하면, 사실 엑스트라다, (물론 주조연급이겠지만) 사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이 은행강도니까.

 

사실, 모든 인생은 평범하고 동시에 평범하지 않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일 수 있지만, 또 굉장히 특별한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들의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특별해 보일지 몰라도 또 굉장히 평범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뭐야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다가 결국은 아,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구나? 하게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작가님은 정말 이런 쪽으로는 특출나신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슬프기만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 만약 있더라도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다. 그건 우리네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기만 한 사람이 없고, 착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 완벽한 사람은 더더욱 없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유쾌하게 하지만 한구석으로는 굉장히 찡~ 하게 웃음과 안타까움이 범벅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온갖 감정에 휩싸였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이렇게 메모를 적어놨는데, 지금은 어디쯤에서 이런 메모를 적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 책을 읽는 동시에 [고통 없는 사회]를 읽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 우리 모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서로가 고통을 참는데 면역이 없다보니 금방 지쳐버린다. 그래서 상대의 사정을 생각하기 전에 나의 나쁜 기분에 쉽게 휩쓸린다. 조금 아주 조금만 인내하고 물러서서 기다리면 이런 데서 오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이 굉장히 바빴다. 그래서 너무나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마 자주 입에 언급하고, 몇 번을 다시 읽고, 또 여기저기 추천할 것 같다. 사실, 제대로 된 후기는 다시 천천히 읽어보고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생각하는데, 나는 책이 좋으면 너무 좋았어요!!! 하느라고 제대로 된 서평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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