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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고통없는 사회 - 한병철

by 89K Elisha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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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피로사회]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그런데 [피로사회]를 읽어보기 전에, 인스타를 통해서 한병철 작가님의 신간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샀다!! (그리고 [피로사회]역시 지금 제 눈앞에 있다.)

한병철 작가님의 [고통없는 사회]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작가님'이라고 말하기엔 이 책은, 굉장히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교수님'이라고 하고싶다.

어제(5월24일 월) 저녁 9시 블라블라 책방송을 할 때 주제를 '눈물'로 정했는데, (주제에 따라 두권의 책을 권한다) 이 책을 방송하고 싶어서, 주말내내 그리고 어제 아침까지 열심히 책을 읽고 대본을 썼다. 약간 '눈물'에 중점을 두니까, 그쪽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는데, 사실 이 책은 너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고작 90몇장 되는 페이지 수에... 왜이렇게 배울게 많은지 ㅠ) 어떻게 글을 써도 못나타 낼 것 같다.



다만, 내가 이해한 골자는 이런데,



일단 문제는 우리 모든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 경제 인간이 만들었으며,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또 지배하는 모든 시스템이 합심하여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것 그래서 고통에 대한 면역을 떨어뜨리고 그저 행복을 추구하게 만듦으로써 인간은 점점 나약해 지고, 지배시스템은 큰 비용 없이 쉽게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지배당하는 지도 모른다. 인간은 점점 개인화 되고, (사회가 고통을 공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혁명보다는 우울이 사회를 뒤덮히게 만들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주인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아 스스로를 착취하고, 문화적으로는 창의적인 것과 시대에 대한 깊은 고찰은 없이 안정적이고, 만족을 주는 것만 끊임없이 재생산 될 뿐이다.



오늘은 어디서나 고통공포, 즉 고통에 대한 전반적인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다. 고통에 대한 내성도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다.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p.9

그리고 정말 대부분의 시스템 에서 고통의 기능을 알려주고, 고통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철학책이지만 너무 어렵게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읽기에도 좋았다. (다만 좀 공부하면서 읽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다.)

사실 우리몸만 생각해 봐도 '고통'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머리에 출혈이 생겨서 두통이 굉장히 심한데, 의사가 진통제만 처방했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 진통제는 고통을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정말 아픈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왜 아픈지 파악하지 못한 채 진통제만 투여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건, 사회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고통'을 나누는 삶을 살지 않는다. 얼마전에 어떤 댓글을 봤는데,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없어진것 같다는 댓글, 그런데 그 댓글의 대댓글에 이런 글이 달려있었다. '그럼 티비를 보는데, 누가 질질짜는거 보고 싶어 하냐고...당연한거 아니냐고..' 나는 사실 이 대댓글에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아, 이제 우리는 이웃의 어려움을 들으려 하지 않고, 귀찮아 하고 싫어하는 구나, 사회는 점점 부조리해 지는데 우리는 더이상 아픔을 나누려 하지 않는구나 하면서

고통은 치유를 필요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고통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 이 사회는 치유와도 멀어지고 있다. 아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해서 그저 진통제만 던저주는 세상에서 진정한 치유는 사라지고 있다.



치유하는 돌봄은 어루만짐과 말걸기의 느낌으로 경험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 지고 있다.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p.48



아마도 만성적인 고통이나 자신에게 가한 자상은 모두 온정과 가까움, 나아가 사랑을 갈구하는 몸의 외침일 것이며, 오늘날 접촉이 드물어 졌음을 웅변하는 경고일 것이다.

[고통없는 사회] 한병철 p.48



그리고 동시에 고통에 매우 예민해져 (조그만 고통에도 못견디니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계속해서 예민하게 이를 드러내면서 살아나간다. 예전에는 문제가 안되었던 것이 (물론,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 많다! 다루어졌기 때문에 더 나아진 것도 굉장히 많다!) 이제는 문제가 된다. 부모님의 잔소리, 친척들의 잔소리에 우리는 경기를 일으키며 그럴거면 돈으로 달라고 한다. 순간 기분나쁨을 견디지 못해 그들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받아들이는 지혜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지혜'는 사라지고 애초부터 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또 대화가 단절되고, 더욱 개인화 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만 들어보면 보이는 것을 우리는 순간의 부정적인 기분을 견디지 못해 자꾸만 회피해 버린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하면 우리는 정말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계속 우리에게 '쾌락'이 '행복'이라고 주입하며, 쾌락을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의 마음은 점점 공허해진다. 이것이 과연 잘 진행되고 있는 사회일까? 그리고 이렇게 안정과 쾌락만 추구하는 예술은 우리를 정말로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라는 것이 정말로 사라지겠는가...



아무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얘기 저 얘기 해도 이 책의 전체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을 테고, 그리고 또 내가 이해한 것의 절반도 나는 이 페이지에 다 담지 못한다.



다만, 고통을 버리는 삶은 결국 기승전결(서사에는 반드시 위기가 필요하다! 고통이 필요하다)없는 삶이 될 것이고, 서사가 없는 삶은 텅 빈 삶이 될 것이다. 그것을 작가님은 '생존'만 추구하는 삶 이라고 하셨고, 그건 좀비와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를 좀비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이다.



나는 방송을 이렇게 끝냈다.



일단 대본을 다 써도 이 책의 후기를 쓰기가 어려운건 시간이 부족함이 아니라 내 머리의 부족함이고, 내 글빨의 부족함임을 느꼈다고 그리고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 너무 좋은 책일 수록 후기 쓰기가 어렵다...



그리고 '울어도 되요'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한병철 작가님도 말씀하셨지만,

기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기분'은 우리의 현존을 규정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내 기분 그리고 고통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닌 당당하게 직시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또한 더 나아가 사회의 아픔을 그리고 그것을 덮는 사회의 부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과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할수 있는가,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나는 감당하지 못할것 같단 생각에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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