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들 서포터즈 하늬바람 2기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사춘기를 겪어 나가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특히 그동안 의존해왔던 부모님에게로부터 심적으로 독립을 하면서 눈에 보이게 되는 그들의 약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그렇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 다운 곳이 아니었고, 부모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돌봐 주어야 할' 아이였다면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말귀'를 알아들어 주기를 바라게 되고, 내가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너도 이제는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때가 이 사춘기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떤 면으로는 아이들은 부모님에게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 때임과 동시에 부모가 아이에게 일부분 의존하기 시작할 때가 바로 이때인 것 같다. 부모는 점점 약해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춘기는 힘들다.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이때 부모님의 지혜가 필요한 것도 결국 아이들은 '독립'을 해야 하는데에 있다.
악동뮤지션의 수현님의 에일리언이라는 노래는 굉장히 좋아하는데, 엄마가 자존감이 낮아진 딸에게 감추고 있던 비밀을 드러내는 노래라고 한다. 너는 저 먼 별나라에서 1등 하던 선수였고, 너의 특별함을 그 별나라는 품을 수가 없어서 내가 이렇게 너를 지구로 데리고 왔다고...
가사를 의미해 보면 그 모든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지만, 나는 특히
'네게 특별한 힘이 있단 걸 알게 했으니 난 약해지고 넌 점점 더 강해지겠지' (수현 - 에일리언)라는 가사가 많이 와닿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노래가 특히 이 가사 부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혜진 작가님의 [감자가 싫은 날]
이야기 속 주인공 진주는 어느날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엄마의 잘못된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물론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엄마도 처음에는 '실수'였다. 그러나 기울어져 가는 가계 살림에 엄마는 자꾸만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진주는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특히 친구 세영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주에게 가시가 되어 마음을 쿡쿡 찌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게 된 진주의 속앓이는 상황은 다를 지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요즘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엄마를 또 아빠를 이해하는 일이다.
감자가 싫은 날 - 지혜진 (p.17)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주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진주의 세상이 깨어지는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 가족을 향한 사랑은 사랑으로 남겨 두었다. 물론 그 덕분에 고민을 크게 한 것이겠지만, 그건 그동안 진주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그동안 보아왔던 부모님의 모습 덕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행동은 사실 '동화'로 만나기에는 충격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많은 잘못을 하고 살아가는 지를 생각하면 사실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하고 많은 물건들 중에 작가님은 하필이면 '감자'를 선택하셨다. 한 봉지에 3000원 하는 감자는 진주의 말만큼이나 딱 그만큼의 양심의 가책이 되었다. 또한 감자는 '구황작물'로써 역할을 하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진주의 가정에 감자는 생계의 상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안의 어려움과 부모님의 약함을 직면하게 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정말 잘 나타낸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진주의 가정은 우리 주변에 아니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가장 흔한 가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에서 또 주목했던 점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언제나 슈퍼맨처럼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 저녁에 일을 하고 오면 몸이 아프다고 끙끙거리고, 화장실 세면대도 제대로 고 치치 못하는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 학원에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약한 아버지의 모습은 내가 읽은 동화 그 어디에도 없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현실감 있었고, 인간미가 있었다. 그래, 아빠가 그리고 엄마가 꼭 슈퍼맨이고 슈퍼 우먼일 필요는 없다.
아이를 붙잡고 계속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아이에게 죄책감을 지울 필요는 없지만 억지로 무엇이든 해주려고도 억지로 강한 척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물론 나는 아이가 없어서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춘기의 아이가 읽어도, 부모님들이 읽어도 서로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그걸 가지고 끙끙 앓는 진주에 대해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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