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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일곱 모자 이야기 - 김혜진 (천은실 그림)

by 89K Elisha 202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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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이들 서포터즈 '하늬바람2기'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 잘 기억도 나지 않은 때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뱀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산을 올라가고 (엄마에게 혼났다.)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아주 어렴풋이 남아있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고무줄을 넘고, 바닥에 그림을 그러 놓고 깨끔발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놀이를 알까?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온라인 게임 상 랭크가 현실에도 영향을 주는 현재 아이들의 사회는 아마 내가 기억하는 사회와 많이 다를 것 같다.

나의 어린시절은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약속을 하지 않아도 학교가 마치고 나면 하나둘 씩 놀이터에 모여들었다. 초등학교에 가고 고학년이 될수록 놀이터에 가는 횟수는 줄어들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뛰어노는 교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예전의 모험이 하나둘씩 생각나는 느낌이 들었다.

김혜진 작가님의 [ 일곱모자 이야기 ]

일곱모자이야기 - 김혜진




이 책은 이미 유명한 '그' 빨간 모자 말고 다른 '빨간 모자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매일 밤 모자의 색을 바꾸고, 나중에는 질감을 바꾸면서 했던 모자 이야기 중 일곱 개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왔다. 그런데 그리 특별한 모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동네'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으로 특별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친구들과 놀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동시에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놀이터보다는 피시방을 찾을 아이들이 생각나서 뭔가 마음이 안타까웠다. 물론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고, 주위에 아는 아이들도 없지만, 자주 지나가는 놀이터는 항상 텅 비어있다. (무엇보다 모래가 없다;; 나는 이상하게 그게 참 아쉽다.)

'우리동네'에서 벌어지는 한 동네 친구들의 여러 가지 '소소한'모험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신비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어떤 모자를 썼는지로 구분이 된다. 마치 그것이 이 모험을 함께 할 조건이라는 듯이 아니나 다를까 모자를 벗어버린 아이들은 더 이상 '모험'을 하지 못한다. 다른 동네의 아이들처럼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고, 어울려서 동네를 뛰어다니기보다는 티브이를 보는 시간을 즐긴다.

모자가게에서 용을 만나고, 도서관에는 이야기를 먹고 크는 덩굴이 있고, 놀이터는 워터파크가 되고, 그 속에는 거대한 문어와 돌고래 물고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일곱가지의 모자를 쓴 아이들은 다 함께 이러한 신나는 모험을 즐긴다. 책만 읽는 아이어서 소외를 당하지 않고, 말이 없거나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소심하다는 또는 겁이 많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 동등하고, 함께여서 즐겁다.

나는 이 이야기가 그저 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모두 이정도의 추억은 있길 바란다. 이 책을 읽은 아이가 그럼 내일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 가볼까? 혹시라도 돌고래를 만날 수도 있잖아? 하고 생각하길 바란다. 비가 오는 것이, 비를 맞는 것이 무슨 큰 일인 것 마냥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참방참방 물놀이를 하고, 더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

나는 특히 작중 파란모자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파란 모자는 부모님이 '사람들 앞에서 수영복을 입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워터파크며 수영장에 한 번도 놀러를 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바다수영도 한 번도 못해봤는데 더운 여름에 바다를 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부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지를 느꼈다. 분명 이런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이런 종류의 부모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다소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동네에서 '소소한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여름 휴가나 주말이 기대되고,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데가 없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천은실 작가님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함께한 김혜진 작가님의 [일곱 모자 이야기]가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읽혔을 때, 그냥 수많은 책 중 하나로 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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