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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나나 - 이희영

by 89K Elisha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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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순간이 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에이, 잘 알지~ 하겠지만 글쎄, 생각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나 혼자 산다 라는 예능을 즐겨 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모니터링하는 것은 생각보다 이상한 감정인가 보다. 내가 저래? 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물론 100퍼센트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나 역시 가끔 그런 경험을 한다. 오디오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면서 가끔 캐스트를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아.... 나 정말...' 하면서 이불을 팡팡 차는 경우가 있다. (나혼산에 나온 사람들도 그럴 때가 있을까? 이불을 빵빵 찰까?)

 

 그러나 처음에만 어색하고 어려울 뿐이지 조금 더 듣다 보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어떤 목소리가 좋은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결국은 들리게 되는 거다. 물론 온전히 제삼자의 귀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이 과정을 통해 다시 나를 갈고닦게 된다. 편집을 하기도 하고 대본을 수정하기도 하면서 완성된 나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 

 

 인생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나의 인생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어쩌면 그 속에 뛰어들어 있을 때에는 알지 못하는 어떤 부분이, 내가 알지 못한 나 자신이 보이지 않을까? 

 

 이번에 포스팅을 하게 된 책 (사실 정말 오래전에 읽었는데, 포스팅을 이제야 한다.)의 주인공에게 바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이희영 작가님의 [나나]

 

[나나] - 이희영  (정말 몇번을 생각하는데, 책 표지 정말 이쁘다. )

 

 주인공 수리는 그야말로 '완벽한'삶을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학교에서 성적은 최상위를 유지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그녀의 서평과 생활모습이 호평을 받으면서 팔로워도 높다. 이 모든 모습은 그야말로 그녀의 노력이었다.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명상을 하고, 매일 운동을 하면서도 손에서 영단어를 놓지 않는, 그녀의 엄마는 그런 그녀를 걱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엄마가 기뻐하면 기뻐할수록 학교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녀는 집착적으로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 왔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평범한 어느 날 평범하게 버스를 탔다가 사고로 영혼이 육체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육체가 튕겨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깨어난 육체는 다른 매체에서 보던 것 과는 다르게 아주 멀쩡하게 살아간다. 물론, 수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어떤 일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울고 웃고 수리의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그러나 절대 수리의 진짜 영혼만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육체로 돌아가지 못하면, 영혼은 영원히 소멸해 버리기에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수리 그녀는 과연 육체를 찾을 것인가? 그리고 같은 날 같은 버스사고로 수리와 같이 육체에서 튕겨져 나온 '은류'는 왜 육체에 돌아가려 하지 않는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몸이 영혼을 '튕겨 낸'이유는 무엇일까? 영혼을 잃어버린 육체는 과연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책을 따라가다 보면 위의 질문에 답을 해 나가면서 나 역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또는 불완전하다고 믿었던 나의 삶을 잠시 멈추고 제삼자가 되어 관찰하며 따라가는 요즘 유행하는 예능을 닮은 소설. 이 소설은 비록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세상 모든 어른이(어른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소설이다. (그래서 책을 읽은 이후 '자존감'과 관련된 책을 소개할 때 자주 소개하곤 한다.) 

 

 삶을 달려 나가다 보면 내가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주변엔 무엇이 있는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아, 결국 '지쳐'버리는데, 어쩌면 그런 순간에 육체는 영혼을 놓아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본 어떤 '자존감'과 관련된 강의에서 뇌가 지치고 지치고 지치다 보면 '쉬고 싶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유서로 '이제 모든 걸 놓고 쉬고 싶다'라고 쓰게 된다고, 그 강의를 들으면서 이 책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육체가 영혼을, '놓아'버리기 전에, 뇌가 '완전한 휴식'을 원하기 전에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거나 나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미 분리된 영혼이 나를 받아달라며 내 주위에서 애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주위에서 잘한다 칭찬받을 때마다 좋은 게 아니라 불안했어. 더 잘해야 하는데, 더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모든 게 단순한 행운이었다는 두려움이 밀려들었어. 사실 나는 실력도 없는데 우연찮게 이 자리에 선 건 아닌가? 이 모든 결과는 내 것이 아닐지도 몰라. 언젠가 사람들이 진자 나를 알아버리면 실망할 거야. 그럴 줄 알았다고 야유를 보내겠지 이런 생각만 하면 마음이 초조해져서......"

 수리의 대사가 참 와닿았다. 사실 내가 평생 하던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역시나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이렇게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 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불완전한 삶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지 않을까? 

 

  완벽했던 삶도 불완전하게 느껴졌던 삶도 결국 '나의 삶'이고 내가 나 자신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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