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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성 탐정 이상 - 김재희

by 89K Elisha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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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희생자와 난세의 영웅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난다.- 

 

 

 

김재희 작가님의 [경성탐정이상]을 읽었다. 

 

 

 

학창시절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시리즈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셜록홈즈의 책을 한 두권 사서 읽었고, 한 때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노스시리즈에 푹 빠져있었지만, 

 

한번도 한국의 추리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리디셀렉트 홈화면에 내 눈을 확 사로잡는 제목이 있었다. 


 

[경성 탐정 이상]

 

https://select.ridibooks.com/book/862000226?utm_source=operation&utm_medium=banner&utm_campaign=inhouse&utm_content=Y001

 

경성 탐정 이상 - 리디셀렉트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훈민정음 암살사건》 김재희 최신작 한국 역사소설의 당돌한 도전 《훈민정은 암살사건》 김재희가 선보이는 ‘탐

select.ridibooks.com

 

이상 선생님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문학동아리에서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라고 시작되는 이상의 [오감도]를 처음 읽었다. 한국말인데도 불고하고 당최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겟다. 이게 뭐지?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오감도를 처음 읽은 나의 반응이었다. 

 

선배는 그 시의 해설을 공부하고 와서 강의를 해 주었는데, 사실 그 해설을 전혀 기억이 안난다. 뭐... 예수님의 12제자를 상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는것 정도? 

 

그런데,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리고 여러가지 시를 찾아 읽었고([거울]이라는 시를 제일 좋아한다. 소설에도 나와서 반가웠다.) 이상 선생님의 단편 소설 [날개]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린나이에 10번은 넘게 읽었던것 같다. 

 

지금도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 사람이 경성의 탐정이라니...

 

이상의 이미지는 '날개'속 주인공을 그대로 닮아있어. 약간은 어둑하고, 어눌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소설 속 이상의 인텔리젼트 한 모습이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terms.naver.com/entry.nhn?docId=542179&cid=46645&categoryId=46645

 

이상

일제강점기 「오감도」, 「이런 시」, 「거울」 등을 저술한 시인. 소설가. [개설]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본관은 강릉(江陵). 서울 출신. 아버지는 김연창(金演昌)이며, 어머니는 박세창(朴世昌)

terms.naver.com

 

하지만, 그건 편견 속 이미지일 뿐이고, 총독부의 건축기사였고, 구인회라는 문인단체에 속해 당대의 지식인들과 교류를 쌓으며 창작활동을 이어나간 이상은 정말 똑똑하고 이성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읽은 이상의 시와 소설은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어째든 다시 [경성 탐정 이상]으로 돌아가 보면, 

 

이 소설은 대부분 구보씨, 그러니까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의 시선에서 쓰여져 있다. 마치 셜록홈즈에서 왓슨의 시선에서 셜록홈즈가 담긴것 처럼...

 


사실 많은 부분이 셜록홈즈와 닮은 소설이었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상이 잘 어울어져 있어서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어떤 역사소설보다 신선했던 점이 

 

뭐랄까, 그냥 그 소설속 인물들의 삶이 참으로 평범했다. 

일반적으로 내가 접한 그 시대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속 척박한 조선사람들의 삶을 통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영웅적인 독립투사의 모습이라던지, 아니면 친일을 자행한 사람들의 모습을 흑과 백으로 나누어서 보여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억압된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 숨쉬는 것 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그런 삶을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조선의 문인인 구보와 이상(소설 속에서 이렇게 지칭이 됨으로 나 또한 구보와 이상으로 지칭하겠다.)은 아무렇지 않게 경시국으로 들어가서 기무라 형사를 만나고, 사건 정보를 들으며, 일본과 경성을 왕래하고, 일본사람들과 조선사람들이 섞여서 아무런 위화감이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게 정말 그 시대의 시대상이고, 그래서 더 소름이 끼쳤다.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독립의 필요성을 못느끼게 할 테니까... 그래서 문득 문득 지나가듯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독립운을 선택한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 소설의 주 내용은 독립운동이라던지,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제강점기 시대에 발생한 여러가지 사건의 (이 사건에는 살인사건도 있고, 도난사건도 있었으며 실종사건 같은것도 있었다.)범인을 찾는 것이었다. 

 

이상은 마치 영국의 셜록처럼 관찰력이 뛰어나고, 경성의 탐정역할을 하는 자 답게 조각 조각난 사건의 실마리를 맞추어 추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전 직업은 건축기사 였다는 것이 이상의 추리력이 높다는 설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경성탐정이상](김재희) 중

 

 

솔직히 너무 많은 부분에서 홈즈가 생각이 안날 수 없었다. 처음 사건에 나온 경비원을 보고 그 사람이 도박을 좋아하는 것을 뛰어난 관찰로 알아내어서 원하는 대답을 듣는 것을 읽으면서 아직 이 소설과 처음만나 어색했던 나는 '셜록홈즈를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소설을 읽기 전 보았던 리뷰에서도 '셜록홈즈'같은 소설 좋아하면 보세요. 라고 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솔직히 사설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대부분 가지고 오는 설정이고, 여기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정도 관찰력과 그정도 추리력이 없으면 어떻게 탐정일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이건 진짜 셜록홈즈 아닌가? 하는 부분은 처음 누군가 젊은이들의 사상을 어둡게 바꿔놓는데 있다고 말하는 그러니까 숨겨진 악인에 대한 존재에 대한 설정이라던가, 류자작과 이상의 대결은 모리아티와 셜록을 연상시켰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 인터뷰를 찾아보니, 정말로 셜록과 왓슨의 탐정사무소가 경성에 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단편소설이었던 것이 지금 4권째 나왔다고 한다. (시리즈였다니! 반가운소식!!)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132432&memberNo=9935567&vType=VERTICAL

 

<Chaeg 월간 책 인터뷰>되살아나는 역사와 미스터리, 작가 김재희

[BY Chaeg 월간 책] 서양의 화려한 문물이 넘쳐나던 낭만의 시대,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이 ...

m.post.naver.com

 

 

그 배경이 일제강점기 그 중에서도 일본이 '민족말살정책'을 자행했던 그리고 이미 1920년대 문화통치를 통해 조선인들 사이에서 일본에 충성하는 자가 생기고, 일본의 통치가 어느정도 익숙해 진 무렵 아직 일본이 미쳐날뛰기 전 이라는 이 배경이 나는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사건에 등장하는 범인은 일본인일 수도 있고, 조선인일 수도 있었으며, 일본인과 조선인이 별로 구분없이 뒤엉켜서 등장하고, 엄복동, 염상섭 같은 나에게는 마치 '위인'과 같은 인물들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나오는 것이 신기했고, 계속 읽다 보니 정말 이 사람들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시대의 한 장면 장면을 보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경성탐정이상](김재희) 중

 

 

 

 

 

사건은 흥미로웠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았으며, 결과는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고, 재미있었다. 각 사건의 호흡이 그리 길지 않아서 틈틈히 읽어도 좋고, 한 호흡에 쭉 읽어 나가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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