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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스포아주약간있음)

by 89K Elisha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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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내가 살아있는 세상을 반영한 소설은 너무 현실감이 생생하게 다가와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소설은 로멘스소설이나 판타지, 무협, 웹소설 정도만 읽는데, 갑자기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책이 왜 셀렉이 되어서 내 리디북스 서재에 있게 된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러닝머신을 걷다가 심심해서 들여다 본 책을 나는 놓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리디셀렉트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그 후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다. 필명으로 낸 「우리

select.ridibooks.com

 

일단 SF판타지 소설이라 거부감이 덜했던것 같고, 

단편소설집이다 보니 호흡이 짧아 술술 읽혔던것 같다. (나는 단편소설집임을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았다. ㅋㅋ)

 

가볍게 읽히지만,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

 

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부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첫번째 이야기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네번째, <공생가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세번이나 반복해 읽었다. 

 

 

모든 이야기들을 말할 순 없고(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다. 

 

 

 

 

 

'소피'는 '데이지'가 떠나기 전 남긴 편지를 읽는다. 데이지는 왜 자신이 성년이 채 되지도 않았으면서 순례길에 오르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 밖 어떤 '마을'에서 자란 소피와 데이지는 성인이 된 마을 사람들이 '순례자'가 되어 지구를 방문하고, 그중 반정도 되는 사람들만 돌아온다는 것을 매년 경험한다.

 

아이들은 왜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저마다의 생각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구는 위험한 곳이라 안좋은 일을 당하기 때문에 못돌아 오는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돌아오는 순례자들의 표정은 항상 밝고, 어른들에게 물어보았을 때에도 '절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소피를 비롯한 아이들은 궁금해 하지만 결국 자신들도 성인이 되면 자연히 알게될 이야기라 생각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지는 다르다. 그녀는 이 일이 항상 궁금했고, 특히 데이지가 순례자들이 돌아온 날 한명의 다른 순례자가 데이지가 전해준 꽃을 바닥에 버리고,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어서 부터 이 궁금증은 더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잠도 못잤다고 한다.) 

 

그는 지구에 '놔두고 온' 어떤것 때문에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데이지는 '순례자들의 순례가 무엇인지, 왜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지 그리고 마을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미성년자들에게는 금지된 구역인 '도서관'을 찾아간다.

 

꽃을 만지는 일을 하는 데이지는 도서관 주변 언덕에 꽃을 돌보면서 그 곳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의 환심을 사서 결국 그렇게 궁금해 하던 마을의 진실을 알게 된다. 

 

과연, 마을의 진실은 무엇이고, 왜 순례자들은 지구에 순례를 하러 가게 되고 돌아오지 않는 이가 생기고 마지막으로 슬퍼하던 순례자가 지구에 '놔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부터는 아주 약간의 스포가 될수 있음.------------------

 

그리고 도서관에서 릴리와 함께 마을의 설립자로 알려진 올리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마을은 매우 '평화로운'곳 이다. '미움'이나, 분노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 데이지는 소피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런 감정은 책에만 있는 거'라고 말을한다. 그래서 그들은 평화와 행복을 누리지만 '사랑'하지는 못한다. (같은 인공자국에서 태어나 서로가 형제, 자매처럼 느낄 수도 있다.)

 

 

 

사랑이 없기 때문에 미움이 없는 세계.. 사랑과 미움은 색종이의 앞 뒷면 같아서 미움이 없으려면 사랑도 몰라야 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절망하는 사람은 희망을 가진(어쩌면 가졌던)사람이었던 것 처럼.. 

 

 

 

그런데 지구에 가서 많은 절망을 느끼면서도 결국 사랑을 알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순례자들은 그리고 올리버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이 있고, 증오가 있고, 미움이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데이지는 이 모든것을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 남들보다 먼저 순례길에 오르게 된다. 울고있던 남자를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와 함께 지구로 향한다. 

 

소피에게 지구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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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는 듯 하기도 하고 '어린왕자'를 읽는듯 하기도 하고, 데이지는 마치 '빨간머리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과학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가지 문제들 그리고 우리가 꼭! 지켜 나가야 하는 것들... 

 

가볍게 읽히면서도 읽을 때 마다 생각을 곱씹게 한다는 점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은근히 현대 사회에 만연된 문제도 잘 꼬집어서 가슴이 서늘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따뜻한 분위기이며,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게 된다.

 

이야기 중 하나인<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ㅜㅜ 

 

사실 자꾸 외계인이 나와서 그쪽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악몽을 꾸기도 했지만 ㅎㅎ 

SF에서 디스토피아가 아닌 소설을 처음읽어서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렇다고 유토피아 소설이라기도 뭐하다고 생각함...ㅋㅋㅋ)

 

 

 

어쩜 이렇게 내 취향에 딱! 맞는지 ㅎㅎ 

 

원래 인생책이었던 '제노사이드'를 제칠것 같기도 하다 (제노사이드는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두번 세번은 못읽겠음..;;(읽고나면 한없이 마음이 불편해 지기 때문에.;;;)) 

 

그리고 뒤에 인아영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이 있는데, 이걸 읽고 또 다시 책을 읽으면 책을 읽는 느낌이 또 달라서 좋았다~ (평론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교보문고XCUUB 에디션) - 교보문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정판 토이북 에디션.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라 불리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질문을 안겨준 김초엽 작가의 첫 단편

www.kyobobook.co.kr

 

다양한 에디션들이 있는데, 그 중 교보문고 에디션이 매우 탐이 난다... 저 귀여운 피규어(?) 같고 싶음 ㅋㅋㅋㅋ

 

리디셀렉트로 읽기는 아무튼 미안한 책이었음 ㅋ 곧 종이책으로 한권 소장할듯..;; 

그리고 김초엽님의 다른 소설도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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