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기억이란 그리고 추억이란 뭔가 실재 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진다.
내 두눈으로 보았고, 들었지만, 그것이 진짜 '사실'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억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알츠 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뇌에 주입해서 기억을 생성하는 나노봇이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소설을 구상한 적이 있다. (나는 소설가는 아니지만, 문득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을 소설처럼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도 제대로 된 소설로 완성 시킨 적이 없다.)
그런데, 역시 사람들의 생각은 전부 비슷비슷 한가보다 이미 나노봇으로 기억을 생성하는 소설이 출판되어 있었다.
미아키 스가루 작가님의 [너의 이야기]
사실은 내용은 하나도 모른 채 제목과 표지의 분위기에 매료 되어서 책을 선택했다.
정보가 없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대개 이렇다. 표지와 제목으로 판단 할 수 밖에 없다.
시작부터 다소 암울하다. 인생이 암울한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또 알 수 없는 용어(사실 앞 표지에 그에 대한 설명이 다 나와있다.)들을 가지고 자신의 기억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자신의 '소꿉친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고도로 발전된 (그러나 현재와 별로 다를 것 없는...)미래에 우리는 원하는 기억을 뇌에 주입할 수가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가짜라는 마이너스한 의미를 사용한 위억, 의억이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옳은 기억이라는 의미의 '의억'이라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어째든 가짜기억이고, 그것을 가루약 먹듯 물에 타서 먹으면 의억기공사에 의해 만들어진 기억이 머리속에 자리잡는 것이다.
그게 기술적으로 어떻게 이루어 지는 것인지 전혀 알 필요가 없으니 소설이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굳이 본 내용에 앞서 용어설명을 해 놓았듯이 용어에 익숙해 질 필요는 있다.
사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어둡다. 주인공이 '사랑받는다'는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이들이라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깊게 들어가야 하는 과거의 이야기나, 그리고 그들의 현재를 지켜 보는 것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았다. 그저 같이 조금 음울해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동안 살아온 환경을 이해해야 주인공의 현재와 사건을 대하는 자세와 반응을 이해 할 수 있다.
어째든
소설속 주인공은 '완벽한 소꿉친구'라는 의억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의억을 너무 탐닉하여,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암울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클리닉(의억을 의뢰하는 곳)을 찾았지만, 클리닉의 착오로 인해 의억을 주입당했고, 그 기억을 거짓이라고 믿지만, 그 기억을 차마 지우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분명 거짓된 기억인데,
기억과 같은 그 '완벽한 소꿉친구'가 눈 앞에 나타난다.
사실, 주인공 치히로의 이야기는 조금 횡설수설하다. 의억과 현실이 교차하고, 그리고 과거의 치히로와 현재의 치히로가 교차한다. 그리고 그 '완벽한 소꿉친구와의 추억'이라는 것이 마치 무슨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들의 전부여서... 조금 유치한데?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레코드 판은 A면이 끝나면 뒤집어서 B면으로 바꿔져야해'
라는 치히로에게 나타난 소꿉친구 '도카'의 말과함께 모든 이야기가 뒤집어 진다. 마치 레코드 판이 뒤집히는 것 처럼
소설의 구조가 굉장히 치밀해서 놀랐다. 주인공과 함께 의문 투성이었던 모든 내용이 결국 다 해결이 된 채 완성이 되면, 뭔가 이상한 긴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심지어 주인공과 소꿉친구 도카의 추억이 왜이렇게 오글거리지?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의문까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잘 구성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나기 전부터 계속 되어왔고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사랑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결핍이 있다.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의억을 복용하는 사람들 그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그런데 그런 세상이 오면, 나도 결국 의억을 사게 될 것 같아 겁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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