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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by 89K Elisha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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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참 많다. 책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어쨌든 어느 한 곳은 대부분의 사람과 공통점이 결국엔 있는 것 같다. 요즘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오픈 카톡의 호스트 분께서 강원국 작가님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의 내용을 발췌해 주신 것이 있다. 

 

 


'나는 상대방이 내 편이라고 느껴지면 마음이 쉽게 움직인다. 사실 이것만 있으면 다른 건 모두 눈감아 줄 수 있다. 내 글에 공감하게 하려면 '내가 너와 같은 편'이라는 믿음을 주면 된다. '우리가 이런 공통점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취향이건 성향이건 지향이건 말이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어떤 책이든 사실 처음에는 몰입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번 책 장강명 작가님의 [책, 이게 뭐라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서평 쓰는 법'처럼 12월 말에 읽다가 한참 다른 책에 빠져 읽지 않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계속 쭉 잡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작가님과 나의 공통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사실 에세이 책은 개인적으로 읽기가 어렵다. 약간 중구난방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정말 나랑 비슷한 이야기야! 라거나 김수현 작가님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처럼 어떤 주제의식이 강하게 있지 않는 이상 자꾸만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하고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음 편하게, 소주제 하나씩 하나씩 그냥 작가님과 수다 떨듯 또는 토론하듯 그렇게 읽으면 되는 것을 이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건데? 하면서 쓸데없이 뒤적거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길을 잃었다. 뭐지? 이 얘기가 왜 나온 거지? 하면서 자꾸만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커다란 줄기가 뭔지 그 큰 줄기와의 연관성이 뭔지 생각하며 읽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 읽을 때 짜증을 내면서 이 책을 덮었다. 그건, 이 책의 내용이 주제를 벗어났다거나, 주제가 없이 중구난방으로 쓰인 책이라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내가 그 큰 줄기, (어쩌면 주제라고 할 수 있는)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읽었을 때에는 다행히 이 책을 이루는 커다란 중심 줄기가 무엇인지 깨달았고, 조금 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건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가다가 작가님의 어떤 생각이 나와 비슷한 것을 발견한 것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해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원래 재미없는 책은 던져 버리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 있게 책을 읽었을 때, 만나게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났을 때, 느끼는 부분이 더 큰 것 같다. 아! 맞아 이렇게 끝까지 읽으면 재미있는 책이 더 많을 텐데... 하면서.

 

이 책도 그런 책이었다. 길을 잃기도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마치 작가님과 대화하듯 '아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거나 '흠 아닌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라고 하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혼자 깔깔 거리기도 하고, 잠시 분노하기도 하면서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장강명 작가님의 [책, 이게 뭐냐고]는 음악가 이자 작가인 '요조'와 함께한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진행한 이야기가 가장 주축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커다란 줄기는 그냥 작가님이 진행하신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다. 처음에 게스트로 나간 이야기부터 진행자가 되는 이야기와 팟 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읽은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 팟 캐스트의 주제나 그때 진행했던 이야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 그리고 '읽고 쓰는 인간'인 작가님이 '듣고 말하는 영역'에 들어가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작가님의 생각 등이 풍성한 선물 상자처럼 꼭꼭 눌러 담겨있는 에세이이다. 

 

사실 나는 작가님이 진행하셨던 팟캐스트를 들어 본 적 없고, (원래 팟캐스트를 잘 듣지 않는다. 유일하게 들었던 것이 '그것이 알기 싫다'와 '지금은 팻캐스트 시대'정도... 또 작가님에 대해서도 완전히 모르는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라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 책은 조금이라도 작가님을 알거나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거나, 적어도 팟캐스트를 한 편이라도 들어봤어야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만큼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 작가님이 소설을 많이 쓰셨구나,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셨구나, 책이 주제인 팟캐스트를 진행하셨구나 하고 하나하나 작가님에 대해 배워 나가면서 책을 읽어야 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작가님에 대해 조금 알게 되면, 그때서야 작가님이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하시는 부분들을 '음 그렇구나'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더 빨리 편하게 책과 친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혹시 나처럼 백지의 상태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나처럼 작가님과 통하는 생각을 발견하면 그건 정말 큰 행운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서는 예의가 중요하다.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서는 윤리가 중요하다'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부분이었다. 

제1장 말하는 작가의 탄생에서 소제목 - 회의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는 소설가와 온갖 암초 같은 딜레마의 내용 중 한 부분인데, (전자책은 페이지 수가 달라서 몇 페이지인지 확실히 적을 수 없어 속상하다. 일단, 나는 전체 페이지를 378페이지가 되게 설정했을 때, 55페이지였다.) 일본 성인용 비디오 제작자 이름을 두 개 물으면서 어느 쪽이 취향인지 물어 놓고, 우물쭈물하는 작가님을 향해 XXX가 좋구만하며, 별명을 XXX로 지어 놀림받은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이 언어적 성희롱인 걸까? 하며, 생각하는 부분에서 나왔던 말이었다. 결론적으로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이건 성희롱이 아니라 환영이었다. 그들은 작가님을 모욕한 것이 아니고, 만약 불편해하셨다면 물러날 것이라는 것을 작가님이 아셨고, 비 언어적 대화로 충분히 서로의 의향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의는 듣고, 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성의 영역이다. 우리는 감수성을 키워서 예의를 차려야 한다. 그에 비해 윤리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하며, 나와 너 모두에게 옳은 것이어야 하고, 그 옳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고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때 드디어 나는 작가님과 그리고 작가님의 에세이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같은 장 소제목 1만 명과 교제한 사람과 1만 권을 읽은 사람에서 발췌독과 독서 권태기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나는 읽다가 중도 포기하는 책이 꽤 많다. 엄청난 걸작도 아닌 거 같고, 그 책으로 시험을 쳐야 하는 것도 아닌데 끝까지 참고 읽을 필요가 있나?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하신 부분에서 굉장히 동질감을 느꼈고, (나 역시 재미없는 책을 내가 힘들여 가면서 읽어야 하나 하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소설인 경우, 말고도 재미있는 소설이 많은데.. 하며 포기한다. 그게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그래서 안 읽은 책이 많다.) 또 동시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부담감과 초조함이 있는 듯하다. 이런 고민은 '책을 많이 읽는 게 자랑거리'라는 허영심과도 연결된다.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하시며, 책을 만권 읽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가능한 일도 아닐뿐더러 가능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면서, 이성교제 횟수를 자랑하는 고등학생을 보는 것 같다고 거부감을 직설적으로 보여주신 부분에서 나는 오히려 작가님이 다시 멀어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확실히 기자 출신이라 직설적이 신 것 같아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그렇게 많이 읽었다는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또 자신을 비롯한 누군가에게는 뿌듯함이 되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췌 독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읽은 것을 '자랑스럽게' 독서 목록에 넣는 것에 대해서는 좀 아닌 것 같지만, 필요한 부분만 보다가 어느 날 날 잡아서 또 한참 읽을 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물론 나도 '읽은 도서목록'에 책을 올리려면, 적어도 내가 읽은 책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갑자기 이거 진짜 아닌 것 같아!라고 훅 들어오시면, 조금 음....? 하고 뒷걸음질 치게 되기도 한다.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거나 그 시기 동안 작가님이 생각하신 것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이야기와 함께, 또 작가님께서 방송 진행을 위해 읽으신 책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는데, 나는 특히 2장 책을 읽는 일, 책에 대해 말하는 일. 에서 마오쩌둥의 다채로운 독서 생활과 곰팡이가 만드는 기하학적인 균사 부분은 전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주 요점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으로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였다. 작가님은 반대하셨다. 물론 일정 부분 인정하신 것도 있지만 주 쟁점인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에 대해서는 반대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책에도 나오지만, 히틀러와 마오쩌둥 그리고 스탈린도 독서광이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리고 작가님은 뒤에서 그렇다면 '나는 왜 읽고,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시고 스스로 답 하셨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이 부분은 나도 공감한다. 나도 계속해서 읽고, 또 계속해서 끄적이는데, (무언 가로 완성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그건 본능 같은 것이기도 하고 습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작가님은 체질이라고 하셨다. 마치 축구를 좋아하고, 벌레소리를 듣고, 별을 관찰하는 일에 푹 빠지는 아이들 중 누가 더 뛰어나다고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독서를 한다고 글을 쓴다고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신다. 역시 동의한다. 일단 내가 그렇게 뛰어나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책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읽는 다고 하면, 글쎄, 책이 좀 싫어진다. 

 


히틀러는 매일 500쪽씩 책을 읽었고 보유한 책이 1만 6000권이나 됐던 장서가였다. 죽는 순간까지 다양한 책을 엄청나게 읽은 마오쩌둥에 대해서는 [마오의 독서생활]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을 정도다. 스탈린은 독서광이자 시인이었다.[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그렇다면, 왜 읽는가? 왜 쓰는가? 개인적인 답변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한데, 그러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그렇게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한 가지 확실히 도저히 좁힐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정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인데, 작가님과 내가 책의 취향이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다는 거다. 작가님이 계속해서 언급하시는 작가님의 인생 책 [블랙 달리아]라는 책을 소개하셨는데, 그냥 제목만 봤을 때에는 '오 나도 읽어봐야지'했지만, 작가님이 책 뒤에서 소개해주셨을 때에는 '아, 나는 절대 못 읽겠네'라고 생각했다. 

 

살인사건을 다룬 그리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가 점점 망가지는(?) 소설, 나는 절대 읽을 수 없는 류의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물론 추리소설류도 좋아는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고 마음 졸이게 되는, 읽을수록 내가 힘든 책은 아직도 읽기가 힘들고 멀리하게 된다. 탐정이든 형사든 결국은 멋있게 짜잔! 하고 범인을 잡는 것이 좋지, 사건을 해결하려 하면 해결할수록 점점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찜찜함은 아직까지 책을 읽으면 행복하고 싶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책이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잘못된 편견을 잔뜩 가지고 '음... 역시 기자 출신'이라고

 

 마지막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 제너럴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바르샤바에서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나는 정말 별로라고 이야기했다. 거기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저급해 보였다는 게 한몫했고, 글쎄, 도저히 개츠비의 집착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데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개츠비가 죽어야 했던 이유도 별로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알고 보니 피츠제럴드의 경험이 녹아난 소설이었다. 이 내용도 역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다룬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은 작가님이 어떻게, 또 왜 팟 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그만두시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그때 작가님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을 끝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책 제목대로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한 에세이였다. 그 속에서 작가님이 느꼈던 것을 적은 수필. 이런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방황도 했지만, 정말 문득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으로 어떤 부분을 크게 공감하며 짝짝짝 손뼉을 마주치다가 또 문득 '에이 말도 안 돼!' 하면서 싸우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솔직히 작가님은 취향도 생각도 확고한 분이셔서(책에서는 그렇게 느껴져서)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것도 친한 친구를 도저히 설득할 재간이 없을 때 느끼는 짜증이었다. 뭐 어쩌겠어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그런. 

 

그래도 공통점이 많으니까 작가님은 내편이다. 아니 내가 작가님의 편인 건가? 

나중에서야 작가님의 또 다른 책 [책 한번 써 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이란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놨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넣어놓은 그 책이 작가님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망설였는데, 이번 책을 읽고,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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