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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여자 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베키, 혹은 벡스였다.... 사람들은 아이가 돌아오는 꿈을 꾸었다.
[저수지 13] 존 맥그리거
존 맥그리거의 신작 장편소설 [저수지 13]
이 책은 어떤 마을 사람들의 13년간의 삶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다.
2주간 휴가를 온 가족, 아이가 사라졌다. 저수지 근처의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아이의 부모와 경찰들과 함께 실종된 아이를 수색한다. 수색은 실패하고,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문을 품은 채 다시 자신들의 삶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책에는 실종된 아이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를 잃은 부모가 느끼는 고통이나 삶에 대해서는 다루지도 않았다. 이 책은 아이가 사라진 저수지 근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철저하게 마을 사람들의 시점으로 아이가 언급되고, 아이의 부모 역시 그들의 시선 속에서만 존재하고, 언급된다.
실종된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봤다는 이야기가 더 나왔지만, 그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더 이상 진회색 아노락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는 건 알려졌고, 그가 아니어도 뭔가 생각에 빠져 홀로 언덕을 배회하는 남자들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인상을 남길 만큼은 충분한 목격담이 있었다. 그와 아이 어머니가 이혼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 무렵 그에 대한 목격담이 있었다.
[저수지 13] 존 맥그리거(p.93)
이 작은 책은 그저,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온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을 조각조각 나누어 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길고 긴 다큐멘터리를 보듯 독자는 그들의 13년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읽는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삶이 있고, 또 이렇게 많은 사건들이 생길 수 있구나! 그러다 문득 지나가는 말로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한 번씩 언급되고, 그리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 잊지 말라는 듯 작가가 아이를 언급하면, 그때서야 아! 하고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마저도 해가 지나갈수록 희미해진다.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린다.
나는 그냥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았으면 좋겠어.
[저수지 13] 존 맥그리거(p.110)
그러나, 결코 '완전히'는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붙어있듯 문득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을 했고, 그 아이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달랐다. 그러나 13년, 아이는 잊히다 기억되고 그러다 또 잊혔다.
그렇게, 한 아이의 ‘실종된’ 삶이 수많은 이들의 ‘지속되는’ 삶에 공존한다.
사람들은 잊힐만하면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고, 뉴스는 보도했으며 어떤 사건을 연관 짓기도 했다. 마을 밖을 벗어나 보면 타 지역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그 아이를 상기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일상적인 보통의 삶이 계속된다. 마치 그 어떤 사건도 상관없다는 듯 돌아가는 자연처럼.
문제는 소피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하고 나면 모두 실종된 여자아이 이야기를 꺼낸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이야긴 하기 싫은데 말이야, 엄마. 사람들은 어떻게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까?
[저수지 13] 존 맥그리거(p.175)
우리 모두는 이렇게 무언가를 발끝에 매단 채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책을 읽으며 우리가 분노하거나 슬퍼했던 그러나 잊히고, 또 문득 기억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우리는 이렇게 분노를 하고 슬퍼하다가도 나의 일상을 산다. 각각의 인생이 모였다 흩어진다. 그래야만 삶이 돌아가고 또 사회가 돌아간다.
따옴표도 없이 책 속에 빽빽하게 그리고 또 담담하게 채워진 이들의 삶을 나 역시 한 걸음 떨어져 담담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 빽빽함에는 그들의 인생을 평가할 어떠한 여지도 없었다. 그리고 책 안에 담긴 조각만으로는 결코 누군가의 삶에 깊숙이 몰입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책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마치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듯 나는 그들의 일상을 일상 그대로 받아들였다.
실종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베키, 혹은 벡스였다. 그 아이를 찾아보았다. 모든 곳에서 찾아보았다.... 여전히 모두들 그 아이에 대한 꿈을 꿨다.
[저수지 13] 존 맥그리거(p.361)
확실히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다. 미스터리 장르의 새로운 플롯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다른 소설과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소설책을 보고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또 그러다 문득 이 책을 왜 읽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놓았다가도 문득 읽지 않고 넘어가 버리면 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어떤 것이 생길까 하는 이상한 소외감에 다시 책을 집어 들어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하게 읽었다. 그것이 이 마을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것처럼, 나의 일상인 것처럼.
실종된 아이를 기억했다 완전히 잊어버리고는 다시 기억하면서...
영화가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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