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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 맷 러프 (서평단)

by 89K Elisha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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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간혹 매체를 통해 미국 등지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특히 흑인 차별에 대한 내용을 접한다. 그 일은 내 일이 아니었고, 나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가님의 [책 읽어주는 남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소 마취당한 채로 그 일을 받아들인다. 폴란드에 살면서 나도 약간의 인종차별을 겪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책 맷 러프 작가님의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에 의하면 내가 당한 인종차별은 차별 축에도 못 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 일.. (지금도 생각하기 싫은)을 당했을 때 너무 무서워서 울고 싶었지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이 책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1950년대, 흑인 노예는 법적으로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끔찍한 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흑인 애티커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모험기'이다. 사실 처음에 받아볼 때 '호러물'이라고 해서 뭔가 무섭고 잔인하고 으스스한 어떤 것을 생각해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뭐랄까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과 그 속에서 모멸감을 느끼며 심지어 매 순간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흑인들이 주인공인 점만 아니면, 약간 나는 '닥터 후'가 생각이 났다. 

 

 

영국드라마 [닥터 후] 시즌2

 

 

몸무게 대부분이 구형 공간 안으로 들어 갔을 때, 조지를 붙잡던 중력이 갑자기 효력을 잃었다.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던 운동량이 작용하여 완전히 수평으로 나아갔는데, 조지가 팔을 마구 흔드는 동안 몬트로즈와 애티커스는 조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섰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p. 216)

 

 벌써 10년도 더 전에 잠시 빠져있던 영드였는데, 과거, 미래, 우주 등 모든 곳으로 이동이 가능한 공중전화박스 모양의 '타디스'를 타고 하는 모험으로, 외계인, 귀신, 마법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닥터'는 자신의 행성이 멸망당한 '외계인'이었고, 언제나 지구인인 파트너를 데리고 다녔다. 내가 읽은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는 물론 과거, 미래, 우주를 여행하지는 않지만 (아, 다른 행성을 여행하긴 했다...) 언제나 초자연적인 사건을 만나고, 심지어 그 장소로 찾아가기도 한다. 함께, 또는 혼자.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 주인공들은 이다지도 덤덤한 것일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그들에게 익숙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노예'였던 시절, 백인들은 많은 설명을 해주지 않은 채 그들에게 일을 시켰고, 어디론가 보내버렸고, 팔아버렸고, 때로는 죽이기도 했을 테다. 나는 여전히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올 때 얼마나 끔찍한 방법으로 그들을 '실었'는 지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여전히 생생하다. 

 

노예가 해방된 이후에도 계속된 차별 속에서 그들은 그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보안관에 의해 차를 멈춰야 하고 끌어내려지고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언제 그들이 방아쇠를 당겨 숨을 끊어버릴지 모른다. 집을 사면 주위의 백인들은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차를 망가뜨리고, 똥(거름)을 던지고, 심지어 집에 침입하고 불을 지른다. 흑인 노예와 혼인을 하고 도망치며 살았던 한 남자는 살던 집에 전소되어 죽었지만, 그 머리에는 분명한 총상이 있었다. 그래, 그것이 그들의 삶이었던 것이다. 

 

"뭐로 날 겁주려는 거야? 내가 어떤 나라에 사는지 모른다고 생각해? 알고 있어. 우리 모두 그래. 늘 그랬고. 이해 못하는 건 당신이야."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p. 466)

 

 어쨌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초자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생각한 공포는 없었다. 게다가 상상력을 요구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내 머리는 자세한 상상은 거부했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그들이 만난 마법, 유령 등 초 자연적인 일이 아니었다. 도처에 깔란 흑인에 대한 끔찍하고 또 역겨운 백인들의 혐오였다. 나는 그들이 유령을 만나는 것보다 어떤 마법을 만나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보다 한 백인을 만나는 것, 어떤 보안관을 만나는 것, 경찰을 만나는 것이 더 두려웠다. 어째서 나는 이 흥미진진한 '모험기'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불안은 왜 자꾸 엉뚱한 데를 향하는가?

 

  애티커스가 백인들에 의한 각종 고난과 모멸감을 견디며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사건이 나타나고, 그 사건의 주인공은 '애티커스'일 수도 '러티샤'일 수도 그녀의 언니 '루비'일 수도 또는 애티커스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는 서로 얽혀있고, 어쨌든 중심에는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아는 남자': 케일럽 브레이스 화이트가 있다. 물론 그는 차라리 신사적인 사람이긴 했다. 마지막이 다다를 때까지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이 같은 편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았으니까, 그러나 다른 백인들은 확실히 달랐다. 정말 역겨웠다. 

 

 물론 '브레이스 화이트'가 나타날 때마다 주인공들이 똑같이 느꼈을 법한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건 단지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물론, 그가 루비를 백인 여자로 바꾸어 가며 이용할 때에는 정말 악마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뭐 결국 그 '백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루비였다. 그녀가 경험했던 그 삶은 너무 달콤했으니까. 

 

힐러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로 주목할 만했는데, 루비를 무시할 때와는 달랐다. 곁눈질하지도 않았고, 루비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보지 않는 체하지도 않았다. 힐러리는 이목을 끌지 않았다. 개별 점포뿐 아니라 세상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너로 살면 다른 무엇을 얻게 될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p. 303)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인 호러스를 다룬 경찰들을 포함한 다른 백인들은 정말 끔찍한 인간들이었다.

 

요점은, 랭커스터는 제가 움직이는 거로 생각했다는 거죠. 당신 아들을 첩자로 사용할 수 없으니 죽이기로 한 거고요.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p. 433)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초 자연 적인 이야기는 미국 공포소설의 대가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 하여 짜여 있다. 그리고, 그 작가는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였는데, 주인공인 흑인들은 그의 이야기를 깨부수며 살아남는다. 차별과 편견의 세상을 뛰어넘는 주인공들을 보는 것은 차라리 시원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H. P. 러브크래프트가 얼마나 미국 공포소설에 있어서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었는지 관심 없다. 이 소설이면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사실 노예해방 후 195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전혀 몰랐다. 심지어 지금도 뉴스에 심심치 않게 부당한 죽음을 당하는 흑인들의 뉴스를 보면서도 그저 어렴풋이 짐작하기만 했지, 이렇게 목숨이 위태로운 삶이었는지 몰랐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이 그들의 군인에게 보내는 경외가 어떤 것인지 다른 매체를 통해 봤는데, 애티커스는 미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그에대한 경외는 없었다. 그저 그는 한명의 흑인이었다. 처음에는 그 차별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또 너무 놀랍기도 해서 그 부분에 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그런 특정적인 부분들이 정말 너무나도 많아서 나중에 가서는 포기했다. 

 

앨버트는 지역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서 관할구역에 새 흑인 부부가 살게 됐는데 아마 보호가 필요할 거라고 알렸어. 물론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바로 뒤돌아서 동네 사람들한테 말했단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되어 앨버트와 시아가 출근할 무렵에는 그 구역에 있는 나머지 집에 전부 '우리는 백인 공동체다 -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은 떠나라'라고 쓴 팻말이 생겼어. 그게 월요일이었지. 화요일 밤에는 앨버트와 시아네 집 거실 창문으로 누군가가 벽돌을 던졌어.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p. 151)

 

 또 이렇게 세상을 읽었다. 그러나 어렵지 않고 소화가 안될 정도로 불편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재미있었다. 많은 부분에서 흥미진진했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할수록 몰입도 잘 되었다.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다. 다만, 솔직히 읽다가 한글 자라도 놓치면 뒤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 자꾸 뒤로 가서 다시 읽고 오느라고 시간은 많이 걸렸다. 조금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읽으면서 이건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로 방영되어야 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시즌1이 나와있었다. 무려 영화 [겟 아웃]을 연출한 감독님이 연출로 참여하신 드라마라고 하는데, 책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겟 아웃]이나 [어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아 드라마도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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