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TV 속에서 본 허지웅 작가님은 뭔가 시니컬한 사람인 것 같았다. 처음 본 프로그램이 하필(?) 마녀사냥이었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가 '무성욕자'라는 타이틀과 뭔가 시니컬한 모습에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편견은 사실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고정이 되었는데, 집에 프라모델이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깔끔해서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허지웅 작가님을 뭔가 로봇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다.
얼마 전 우연히 연예뉴스에서 허지웅 작가님의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뉴스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응? 이분이? 하고 '허지웅답기'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사연을 받아 고민상담을 해주시는 채널이었는데, 진심으로 사연을 대하는 모습에서 나는 나의 편견을 얼마간 무너뜨렸다. 그리고 한동안 또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사람들이 작가님의 새로운 에세이를 많이들 추천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혈액암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왔었다는 걸 그리고 지금은 완치가 되었지만, 책 속에는 그동안 작가님께서 극복해나갔던 수많은 아픈 밤들이 있었다.
허지웅 작가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
인생을 배웠다. 작가님의 책은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느낌이었다. 나는 정말 이렇게 맛있는 에세이는 처음 읽어보았다. 계속 감탄했다. 남편에게도 와아 허지웅 작가님 정말 글 잘 쓰는 거 같아!! 하면서 페이지마다 줄을 치면서 읽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시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지? 하면서... 밑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세상을, 사람을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을 해야 보고, 사랑을 해야 글을 쓴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쉽게 그 사실을 잊는다. 요즘 자꾸 책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일이 많아서 책만으로 그 사람을 읽을 수는 없다 생각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어떤 편견이 그 사람의 책을 읽어서 바뀐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창 캘리에 빠져 있어서 마음에 남은 문구들은 캘리 연습도 할 겸 쓰고 또 썼다. 그리고 많은 말들이 글들이 마음에 남았다.
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가 특별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혈액암에 걸려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밥 한 숟갈을 넘기는데도 온 몸으로 싸워야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감히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살고 싶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너무 간절해서 그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는 삶이 어떤 삶인지 매일매일 삶이 지겹다 툴툴대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으랴.
하지만 역시 글만으로 나는 그의 인생을 알 수 없다. 그의 인생일 단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없이 나는 너무 편하게 산 탓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필터링을 거친 내 상상력으로도 그의 인생과 그의 처절함이 단 한순간이라도 내게 왔다면, 글쎄 과연 나는 그처럼 이 악물고 버틸 수 있었을까?
요즘 그는 자신이 했던 비평들을 그만두고, 그저 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실패는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가 세상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신이 온몸과 온 마음으로 부딪히며 처절하게 겪었던 것을 그는 자신을 타산지석 삼으라며 책에 풀어놓았다.
그래서일까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담긴 내용이 참 따뜻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라는 그의 조언, 사실 사랑은 계산할 수 없다는 그의 경험 어린 후회를 진솔한 어조로 하나하나 눌러 담은 그의 진심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에세이를 읽었는데, 글솜씨가 제일 좋은 에세이였다. 사실 이렇게 작가님들의 에세이를 읽으면 그분들의 책을 한 두권 정도 읽고 싶어 지는 게 당연하지만, 특히나 더 허지웅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 졌다.
요즘 책을 가득 쌓아두고 읽으면서, 처음 세상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편견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이 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작가가 되려면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세상을 배워가고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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