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츠나인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사실 서평단에 지원을 할 때부터 그리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책을 받아본 내 마음은 뭔가 더 무거워졌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서평단을 지원하고 나서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던 (보통은 문자나 메일로 보내줘서;; 나는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책이었기 때문에 뭔가 더 선물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약간은 흥분을 해서 책을 펴서 읽었다. ' 프롤로그 -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서 '를 읽자마자 바로 책을 덮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이 책을 '울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까? 하지만 두 눈에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이은주 작가님의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이 책을 다시 펼쳐 든 곳은 요거프레소라는 한 카페였다. 강아지 미용을 기다리는 두 시간 나는 마음을 먹고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고, 순식간에 쭉쭉 읽어 나갔다. 생각보다, 아니, 그다지 슬픈 책은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삶이 담담히 담겨있는 에세이였다. 지레 겁을 먹고 그 삶을 슬픔으로 보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누군가의 삶이 어찌 그저 '슬픔'일 수 있겠나, 그 슬픔이라는 것도 아니, 그 삶 속에 담겨있는 모든 감정은 그저 그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의 것이다. 나는 그저 멀리서 잠시 보여주고 나누어 주는 감정의 촉매를 빌려 울고 웃을 뿐. 그리고 뒤돌아서는 나의 삶을 살고, 내 속에는 나만의 슬픔과 나만의 기쁨, 나만의 감정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담겨 있는 글자들로 그 감정들을 찔러댔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다른 인생인데도 계속해서 공감이 되는 부분 부분들이 발견이 되어서 책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책 속에 담담히 쓰여있는 그 인생으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작가님의 고찰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될 배움이 되었다.
작가님께서는 일본어 번역가, 작가 외에도 학습지 교사, 파출부 또는 식당일 등 많은 일을 하신다. 동생의 아이 둘을 키웠고 큰 조카가 20살에 낳아 맡긴 조카 손자를 키우며 사는 가장이다. 집 근처에는 엄마가 살고, 동생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ADHD.
사실 제대로 들여다보면, 가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게 내가 아닌 작가님의 삶이라는 것을 순간 잊어버리고, 조카나, 조카 손자가 문뜩 하는 말에, 그리고 아프다고 연락이 온 엄마의 전화에 내 심장이 쿵쿵쿵쿵 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에세이라고 해도, 이렇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작가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고, 이렇게 용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하며 배웠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가족 구성과 뭔가 다른 구성 분명히 어딘가에, 어쩌면 많은 가족이 우리의 편견 속의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 텐데 우리는 이것을 '정상' 그리고 '비정상'으로 나눈다. 정상적인 가족 상태... 사실 나도 단어를 썼다가 지웠다. 예전에 좋아하던 미드 '글리'의 여주인공은 아빠가 두 명이다 동성부부가 아이를 입양해서 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도 그냥 아 저럴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생각보다 편견이 없나 보다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랜 교육과 사회 관습으로 뇌리에 박힌 편견은 의지를 가지고 바꾸지 않으면 무심코 말과 글로 나오게 되고, 그건 누군가에게 또 폭력이다.
요즘 계속해서 편견이 만드는 폭력에 대해 생각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한번 인식을 했더니 자꾸만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삶도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신 작가님께 고마웠다.
좋은 책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는 것도 혹시 인간의 본성일까? 그리고 그렇게 들여다본 삶에서 또 나는 감정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 작가님과 그 가족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묵묵히 전하는 이야기를 또 듣고 싶어 졌다. 작가님이 문화생활로 하시는 클래식 공연이나, 또 좋아하시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다양한 일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서도 자신을 위해 움직이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게으른 나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반성해야지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들을 '개척'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작가님 어머님께서 네가 똑똑하니까 그렇게 다양한 일을 '용기 있게'한다는 말도 머리와 마음에 남았다. 나도 나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지, 나도 한 발짝 나가야지, 나도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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