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마을에 퍼져 있는 것은 저주일까? 독일까?
말이 죽었다 눈이 탱탱 부어오르고, 입술, 콧구멍, 입 전체가 띵띵 부어서 마치 다른 동물처럼 보일 정도로 그리고 아주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말은 죽어버렸다.
그런데, 말이 마신 냇가의 물을 내 아들도 마셔버렸는데?
두려움에 떨던 아이의 엄마는 초록 지붕 집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간에...
이 아이는 더 이상 내 아이가 아니다.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님의 [피버 드림].
사실, 책을 읽기 전 책 표지에 나와있는 추천 사들을 읽으면서 조금 무서웠다. 혹시 호러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을 뿐 아니라, 내가 그동안 읽었던 어떤 책과도 그 느낌이 달랐다.
책은 처음부터 기묘하게 흘러간다. 한 아이와 '나'의 대화이다. 아이는 계속해서 질문으로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을 그리고 아주 세세하게 말할 것을 요구하고, '나'는 그 아이의 말처럼 아주 세밀하게 마치 지금 눈에 보인다는 듯이 자신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내용 자체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다. '나'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인의 말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아이와 여인의 대화를 따라가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다가 메모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해가 되지 않아, 계속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 더 정확히는 미로 속에서 눈 앞에 밝혀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야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 사실 나가는 문은 바로 옆에 있는데, 나가버리면 미로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부러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 책을 덮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자꾸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묘하고 궁금한 이 내용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다행히 책의 분량이 매우 적어서 몇 시간 만에 후루룩 읽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을 이해했지만, 그건 마치 체험판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아! 정말 불친절한 책이었다. 궁금한 것은 100가지를 만들어 놓고, 고작 50가지밖에 답을 주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사실 답을 구하지 못한 50가지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문제였다.
만약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냥 문득 '가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몰입해서 책을 봤지만 다 읽은 후 내게 남은 건 온몸에 너무 힘을 줘서 생긴 결림들과 두통이었다.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정말이지 처음 본 것 같다. 왜 '새로운 장르'라고 이 책이 소개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의문이 풀리지 않았으면서도 작가님의 메시지가 강하게 인식되었다. 그래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도 어질어질했지만, 그래도 그래, 알겠어하는 느낌 그리고 그 어떤 책 보다도 강렬하게 인식이 되었다. 죽어가는 여인 그리고 그녀의 남겨진 딸 그리고 다비드 흘러 흘러가던 이야기들이 절정에 다다르고, 그리고 마무리로 달려가면 마치 어둠 속을 헤매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직 어둑어둑한 하늘과 내가 빠져나온 미로를 돌아보며, 저 미로 속에는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은데, 여차하면 다시 미로 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은, 아쉬운 마음이 가득 담긴 끝이었다.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릿느릿하고, 자꾸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기만 하고, 끝을 맺는 책이 몇 권 되지 않아 우울했는데, 오랜만에 굉장히 몰입해서 책을 읽은 기분이어서 매우 상쾌해졌다. 다시 힘을 내서 또 다른 책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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