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어떤 한 부분을 읽어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흡사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여자로 이름은 나 쓰나기 도카라고 했다.
의자, 이른바 의억의 거주인. 까놓고 말하자면 가공의 인물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가요? 책의 화자는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지금 우리이의 세상과는 같은 듯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가짜 기억'을 주입하는 나노봇이 상용화되어있고, 심지어 '레테'라고 하는 기억을 지우는 나노봇 까지 사고팔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가짜기억'때문에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의석에 의존한 채 생활을 하며 진짜 가족 간의 유대는 최소한으로 유지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최소한으로, 식사는 제각각 심지어 휴일에는 서로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죠. 그래서 주인공은 그의 부모에게서 거의 버려지다시피 방치되었습니다. 그래 놓고, 자신의 기억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죠.
그래서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법,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서툰인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것이, 결국 주인공이 15살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리고 훗날 휴가지에서 만난 어머니가 주인공을 완전히 모른 척하며 지나가는데요. 주인공은 확신합니다. 어머니가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는 것을요.
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이런 세상입니다.
자신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너무나도 의존하는 가짜인생때문에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 주인공은 '의억'이라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다만 '레테', 즉 기억을 잊게 해주는 나노봇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드디어 '레테'를 사게 되고, 바로 복용하게 되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기억은 전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과거에는 어떤 이질적 존재가 감지됩니다. 회사의 실수로 레테가 아닌 '가공의 청춘 시절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나노로봇' 그린그린이 배달이 되었거든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바로 복용해버린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면서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해서 결국 두 가지 레테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기억을 지우는 레테와 잘못 주입된 의억을 지우는 레테.
그러나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레테를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하지만 나는 어느쪽도 복용할 마음이 안 들어서 봉투를 열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걸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조차 주저됐다.
무서웠다.
그런 감각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복용한 것이 '레테'가 아니라 '그린그린'이란 걸 알았을 때 내심 안도했다.
사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 과연 '기억'을 지운다고 없는 일이 될 수 있을까?
- 괴로운 기억을 지우거나, 아예 새로운 기억을 심을 수 있다면 당신을 기억을 사거나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할 것인가요?
이게 사실 제가 원래 준비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본을 만들면서 다른 질문들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더라고요.
그러니까, 먼저 이 질문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주인공은 왜 다시 레테를 삼키지 못했을까?
- 삶의 끔찍한 기억을 지우는 것은 어떤 치유의 효과가 있을까?
사실, 제 콘텐츠는 여기서 끝내야 하는 건데요, 책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들어가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책 소개를 조금 더 해 드릴게요.
그렇게 결국 가공의 소꿉친구를 문득문득 기억하며 살아가던 주인공의 앞에 그 '가짜'소꿉친구가 실제로 나타납니다. 마치 정말 소꿉친구이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로 주인공의 그 '가짜 기억'을 공유하는 듯한 한 소녀. 심지어 바로 옆집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주인공의 삶에 멋대로 침입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여기서 부터는 뭔가 청춘물이 되어버리긴 해요. 딱, 일본의 순정만화 또는 청춘드라마 재질? 주인공은 끊임없이 의심을 했지만, 결국 도카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을 도카와 함께 보내게 돼요. 망가져버린 하루하루는 도카와 함께 하며 규칙을 가지게 되고, 그녀와 진짜를 공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지게 되죠.
뒷부분은 도카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역시, 여기에서 책 소개를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마음이 몽골몽골 해지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마치 일본의 순정 영화나 순정만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일본 영화 중에 좋아하는 영화가 꽤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연공'이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런 봄에 몽글몽글한 마음을 느끼고 싶을 때쯤 읽으면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너무 유명하지 않은 책을 선정해서 정말 아무도 모르는 소설이라 아쉬웠어요. 언젠가 기억이 나면 꼭 한번 보시길 바라요.
네, 오늘 이렇게 마을 지기 지기의 콘텐츠 방송에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재미있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안녕하세요 마을 지기지기입니다. 다음 주 방송 책! 공지하러 왔어요.
다음 주에는 방송을 두번 할 예정인데요, 그래서 책이 2권입니다. 한권은 에세이구요. 다른 한 권은 그림책이에요. 첫번째 책은 김수현 작가님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는 책 인데요, 사실 이 책은 제가 꼭 추천 드리고 싶었던 책입니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위로를 받을 수도, 그리고 지혜를 얻을 수도 있는 책 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책은 [공기처럼 자유롭게]라는 그림책입니다. 사실 정말 몇장 되지 않는 얇디 얇은 책인데, 이 책만으로도 정말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눌수 있는 책입니다. 꿈과 자유에 대한 책 이거든요. 저는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책이라 여러분도 꼭 느껴보시길 바라면서 선정을 했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방송에서 뵐게요^^
다음주 책은 내일 공지로 정리해서 올려놓을게요. 참고하셔서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바라요.
그럼 오늘 여기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다시 한번 함께 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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