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북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책과 함께 온 엽서와 손편지는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여행을 잘 다니지 않지만, 스쳐 지나간 곳이라도 꼭 포스트 카드를 사서 모으는데, 가보지 못한 곳의 포스트 카드를 받아보고, 괜히 마음이 설레었다. 언젠가 이 도시에 나도 가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 이 사진의 장소가 내 손에 들어온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여행은 그런 역할을 한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러나 막상 떠나기는 쉽지 않은 데다가, 여행을 다녀온 후 결국 추억이 되어버리는 그 간극이 때로는 너무나도 버겁다. 그럼에도 역시 여행은 가슴을 뛰게 만든다. 언젠가 어딘가 누구나 마음에 그리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아름다운'추억이 된다. 떠나면서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 외쳤던 곳마저도 시간이 지난 뒤에 돌이켜 보면, 다시 한번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는 것이다.
임지혜 작가님의 [여행 후, 오늘]
여행을 기록한 책은 참으로 많지만, 길고 긴 여행 후의 삶을 그리는 에세이는, 글쎄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작가님은 그 부분에 주력해서 책을 쓰셨다. 그리고 첫 페이지는 긴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온 작가님의 모습으로 채웠다.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라고 하신 말씀이 참으로 와 닿았다. 그래,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그 말을 나는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것도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책은 온전히 여행 후의 일상을 그린 책은 아니다. 당연히 여행지의 이야기가 더욱 많았다. 그러나 확실히 퇴사를 하고, 돌아온 후 작가님의 삶,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를 그리며, 결국 현실로 그리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느린 속도를 보여주었다. 폴란드에 3년을 살다 온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다녀와도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녀와서 비어져 버린 그 3년이라는 시간을 나는 아직도 메꾸지 못하고 있다.
대신 좋아하는 것 그리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는데, 그건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여행 라디오라는 팟캐스트를 벌써 7년째 운영을 하고, 이렇게 책도 내셨다. 아마 이전의 회사원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라고 권장하는 듯 자신의 여행을 그리는 책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용감한'사람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를 이야기해주는 책은 글쎄, 내 기억에는 없다. 내가 눈이 갔던 이야기는 어떤 회사는 이런 사람에게 무슨 일이든 맡겨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지만, 또 어떤 회사는 '그리고 또 훌쩍 떠나버리겠지?'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했다. 그렇지만, 그 전에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렇게, 작가님은 기나긴 여행 후, 작가님의 '오늘'을 만들 기 위한 노력을 책 앞머리에 쓰셨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그래! 떠나봐!!라고 쉽게 말하기는 분명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무책임한 책들 사이에서 진짜를 보여주는 책.
그러나, 두 번째 장부터는 역시 작가님의 여행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행기도 그다지 엄청나게 호화롭다던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쩌면 고생기 같은 느낌도 났다. 이상한 남자들에게 눈이 가린 채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코끼리 떼 때문에 갑자기 버스가 멈춰 버린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겐 가슴이 설레는 모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마는 겁이 많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무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예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어째서인지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이런 부분들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여행 후, 지금은 이런 이야기들 조차도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니까 여행 후, 이기 때문에 이렇게 추억으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후천성 여행 중독자'가 된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생각'까지.... 책의 구성이 정말 잘 되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 역시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읽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작가님도 미술관에 갔을 때, 교과서에서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봤을 때 느낌이 달랐다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
수많은 책을 통해 나는 여행을 읽을 수 있지만, 역시 여행은 경험이고, 그리고 추억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리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긴 여행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도 읽어보면, 무엇을 생각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여행 후, 결국은 오늘을 맞이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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